[전북]장기기증으로 세사람에게 새생명… ‘다섯살 준호’ 아버지의 애끊는 편지

  • 입력 2009년 9월 15일 0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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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사랑스러운 우리 아들아
하늘나라 가서도 좋은 일 했다고
하나님께서 칭찬 많이 하실거야”

뇌사상태에 빠져 장기를 기증한 뒤 세상을 떠난 다섯 살 아이의 아빠가 ‘눈물의 편지’를 병원 측에 보내왔다.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7월 말 불의의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져 장기기증을 한 준호의 아버지가 최근 병원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e메일을 보내왔다.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들아’로 시작되는 편지에는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는 부모의 절절한 슬픔이 담겨 있다.

편지에는 “너의 뜻은 아니겠지만 엄마, 아빠가 생각하기에 이 세상에 태어나 마지막으로 다른 아픈 사람들을 살려주고 간다면 그 무엇보다 보람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하늘나라에 가서도 우리 아들 좋은 일하고 왔다고 하나님께서 칭찬하실 거란 생각에 엄마, 아빠가 많은 눈물을 흘렸지만 장기기증을 결정했다”고 썼다.

준호의 아버지는 “우리 준호의 일부분이 이 세상에 살아있으니 준호가 아주 멀리 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아가야, 엄마 아빠의 아들로 태어나줘서 정말 고마웠고 너처럼 잘생기고 예쁜 아이를 키워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못 다한 인연, 다음 세상에서는 오래오래 함께하자. 우리 아들 지금보다 더 많이 사랑해줄게”라고 끝을 맺었다.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준호는 7월 초 물놀이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

7월 28일 최종 뇌사판정을 받았고 준호의 부모는 아들을 떠나보낸다는 슬픔 가운데서도 장기기증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준호의 심장과 간, 신장은 만성질환 환자 3명에게 새 삶을 선사했다.

기증받은 환자들이 회복한 뒤 병원 측이 ‘감사패라도 드리고 싶다’며 연락하자 준호 아버지는 답신 형식으로 이 글을 보내왔다.

병원 관계자는 “힘든 상황에서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부모님에게 새 생명을 얻은 환자들을 대신해 감사드린다”며 “아들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담긴 편지를 읽으면서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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