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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8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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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만 공부했어요.”
명문대에 합격한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아무리 교과서를 ‘달달’ 외운 학생이라도 교과서의 단원별 핵심과 단원 간 연관성, 학습의 전체적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면 시험문제를 틀리는 ‘불상사’는 여전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교과서를 두고 고민하는 건 교사도 마찬가지. 단원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개념과 용어, 예시를 학생들의 뇌리에 착 달라붙게 가르치는 건 선생님들의 오랜 숙제다.
교과서, 어떻게 하면 100% 활용할까. 이런 학생과 선생님의 고민에 주목해 최근 틀과 내용을 대폭 바꾼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를 살펴보자.
3차 교육과정(1973∼1981년)부터 교과서를 제작해 온 금성출판사는 매년 학생, 학부모, 선생님을 대상으로 한 전국단위 설문·면담조사를 한다. 모은 정보는 금성출판사 내 교과서발전연구소와 시각자료연구소로 보내진다. 이를 토대로 연구원들은 교과서의 외형과 콘텐츠 발전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하고, 현직 대학교수 및 중고교 교사들로 구성된 필진은 보고서를 바탕으로 교과서를 집필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는 제7차 교육과정이 시작된 후인 2001년부터 현재까지 ‘중학교 검정교과서 합격 종수 1위’ ‘고등학교 검정교과서 발행부수 1위’의 기록을 달성했다.
2010학년도 3월에 사용될 중1 교과서(전 과목)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내년에 중1이 되는 학생들은 7차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전 과목을 바뀐 교과서로 공부한다.
금성출판사는 ‘재미(Fun)’를 추구하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과서에 다채로운 시각자료를 활용했다. 단원 첫머리엔 학습할 내용이 만화로 펼쳐진다. 만화는 생소한 내용을 배우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나 거부감을 최소화하는 장치.
새 교과서는 글이나 예시, 보충 설명도 학생들의 관심을 자극할 수 있는 내용들로 꾸며진 것으로 평가된다. 중1 국어교과서를 보자. 학생들은 교과서에서 영화 ‘말아톤’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영화의 서사구조를 배운다. 또 또래 문화를 다루는 TV드라마의 대본을 읽은 뒤 친구를 격려하는 글을 직접 써보기도 한다.
단원 마무리엔 본문 내용을 한눈에 들어오도록 정리한 도표와 구조도가 있다. 학생들이 핵심개념 간 관계를 빠르게 파악하고, 전체 흐름을 머릿속에 쉽게 각인시키도록 하기 위한 것.
금성출판사의 중1 국어교과서 저자인 서울 봉원중학교 박성희 교사(31·여)는 “교과서 앞부분엔 상세한 설명이, 뒷부분엔 단원의 핵심이 압축돼 있다”면서 “학습 스타일이나 필요에 따라 앞, 뒷부분을 유연하게 활용하면 학습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성출판사의 교과서는 마치 ‘지도(map)’와 같다. 지도에서 삼각형 모양의 기호(▲)가 ‘산’을 뜻하는 것처럼 각양각색 아이콘을 사용해 학생들이 대번에 ‘아, 이건 본문이구나’ ‘아, 이건 부연설명이구나’ 하고 알아차리도록 유도한다. 예를 들어 사회교과서 ‘V’표시는 ‘용어설명’. 또 ‘사슬(∞)’모양은 ‘연관짓기’ 아이콘으로, 이 개념과 연계해 학습할 다른 단원의 페이지와 내용을 단박에 알려준다.
과학은 사진을 통해 어려운 개념을 쉽게 전달한다. ‘증산’(식물체 내 수분이 잎에서 증발되는 현상) 작용에 대한 설명 옆엔 ‘빨랫줄에 널어놓은 젖은 바지’ 사진이 실려 있다. 젖은 옷이 강한 햇빛 아래서 잘 마르는 사례를 통해 개념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금성출판사의 새 교과서는 교사가 수업시간에 활용할 다채로운 시청각자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할 애니메이션과 동영상, 사진자료를 CD로 제공하는 것. 중1 과학교과서 저자인 서울 한울중학교 남경운 교사(40)는 “금성출판사 홈페이지엔 선생님들을 위한 커뮤니티가 따로 마련돼 있어 교사들끼리 수업 정보를 공유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금성출판사 이의형 이사는 “판서자료와 탐구활동지는 물론이고 선생님들이 시험문제를 출제할 때 참고할 만한 여러 유형의 문제를 수준별로 제공한다”면서 “이제 교과서는 단순한 ‘책’이 아니라 학생과 교사를 위한 통합적 교육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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