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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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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25호 형사법정.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불구속 기소된 김종로 부산고검 검사가 피고인석에 앉았다. 심문에 나선 검사는 김 검사보다 9년 후배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소속 검사였다. ‘검사 동일체 원칙’으로 표현되는 일사불란한 상명하복의 검찰조직에서 후배 검사가 선배 검사를 심문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두 검사의 공방은 뜨거웠다. 중수부 소속 검사는 꼬박꼬박 김 검사를 ‘피고인’이라고 부르며 수사가 공정했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김 검사는 “검찰이 자백하지 않으면 구속은 물론 나의 주변 사람들까지 계좌추적을 하겠다고 협박했다”고 받아쳤다.
양측의 진실 공방이 격해지자 재판을 맡은 형사합의23부 홍승면 부장판사가 직접 나서 두 검사를 상대로 질문을 던졌다. 홍 부장판사가 김 검사에게 “수사할 때 보통 주변 사람들까지 수사를 확대하겠다는 식으로 말하지 않느냐”고 묻자 김 검사는 “저는 그런 사술(詐術)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이어 “수사검사가 조사 초기 자리에 앉자마자 박 전 회장과의 골프와 여행 등을 거론하며 모두 뇌물 아니냐고 겁을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수부 소속 검사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구속시키겠다는 말은 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김 검사는 최후진술을 통해 “못난 선배 때문에 후배 검사들을 고생시켜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재판이 끝난 뒤 김 검사는 “선배로서 법정에서 못난 모습을 보여 미안하다”며 악수를 건넸고, 중수부 소속 후배 검사는 말없이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이날 검찰은 김 검사에게 징역 1년 및 추징금 974만 원을 구형했다. 선고는 9월 16일 오후 2시.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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