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평가 문제지 유출 ‘총체적 비리’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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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가 시험지 빼내면 학원서 문제풀이 동영상”

현직교사-학원장 영장 신청

‘현직 교사가 시험 전날 박스 뜯어 시험지 빼내고, 시험문제 인쇄소에서는 판매용으로 추가 인쇄하고, PD가 학원장인 조카에게 시험지 넘겨주고….’

고교생들의 학력 진단을 위한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 유출이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지 유출에는 현직 교사와 유명 입시학원, 인쇄소, 방송사 PD 등이 대거 연루돼 문제지 관리에 허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J고 교사 최모 씨(44)는 2005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20차례에 걸쳐 학력평가가 이뤄지기 전날 교육청에서 학교로 배달된 문제지 박스를 뜯어 시험지를 빼낸 뒤 온라인 교육업체인 메가스터디 콘텐츠제작팀장 유모 씨(37)에게 전달했다. 유 씨는 최 교사뿐 아니라 다른 고교 교사들에게서도 문제지를 넘겨받아 문제풀이 동영상을 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방송 제작에 협조한다는 명목으로 시험 전날 시험문제를 EBS에 넘겼다. EBS 외주 PD 윤모 씨(42)는 이 시험문제 파일을 K 언어학원을 운영하는 조카 김모 씨(35)에게 6차례에 걸쳐 e메일로 전송했다. 메가스터디, 비타에듀, 이투스, 비상에듀 등 국내 1∼4위 온라인 입시 업체들도 문제지 유출에 모두 연루됐다. 이들 업체는 길게는 4년 이상 시험문제지 인쇄업체, 현직 교사 등에게서 사전에 시험문제지를 입수해 문제풀이 동영상을 제작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지방경찰청 수사과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공무상비밀표시무효 등 혐의로 최 교사와 K 언어학원 원장 김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PD 윤 씨와 메가스터디 등 입시업체 관계자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또 문제지를 유출했지만 법 규정 미비로 형사처벌을 면한 경기도 사립고 교사 4명과 인쇄소 4곳은 관할 교육청에 비리 사실을 통보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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