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무리한 인공 생태하천 수십억 날렸다

  • 입력 2009년 7월 24일 06시 53분


‘330㎜ 물폭격’ 창원 남천 공사현장 폐허로
시설물이 물 흐름 방해… 창원시 “시공법 개선”

“돈을 하천 바닥에 쏟아 부었다가 한 번에 날린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경남 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감병만 부장은 23일 창원 남천을 둘러보며 “억지로 물길을 바꾼 결과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창원시가 환경부 지원을 받고, 자체사업으로 5곳(총 사업비 700여억 원)에 조성하고 있는 ‘생태하천’이 최근 폭우로 크게 훼손되면서 사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 폭격 맞은 듯 ‘엉망’

창원 불모산에서 시작돼 창원산업단지를 가로질러 마산만으로 흘러드는 남천은 홍수가 지나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상처’는 여전했다. 최근 창원에는 두 차례에 걸쳐 330mm의 비가 내렸다. 당시 남천은 물이 크게 불어나면서 하천 바닥과 호안에 깔았던 가로 세로 각 50cm 크기의 돌들이 보기 흉하게 뒤집히거나 휩쓸려 내려갔다. 또 하천 둔치의 콘크리트 주차장을 뜯어낸 뒤 산책로를 만든다며 거적을 덮고 나무 지주를 박은 곳도 대부분 유실됐다. 어류 관찰용 데크도 부서졌다. 반면 풀과 잡목을 남겨둔 곳은 피해가 적었다. 남천 생태하천 조성 사업은 천성동 천선교∼신촌동 창원천 합류지점 9.77km 구간에서 시행되고 있다. 2011년 완공 예정이며 현재 공정은 27.5%. 전체 사업비 266억 원 가운데 연말까지 96억 원이 들어간다.

퇴촌동 용추저수지∼신촌동 남천 합류지점 7.82km에서 진행되는 창원천 생태하천 조성 사업도 엉망이 됐다. 어류 서식처와 생태탐방로, 수질정화습지 등이 물에 쓸려가거나 파괴됐다. 주민 이모 씨(67)는 “이렇게 좁은 하천에 많은 시설물을 설치하면 물이 제대로 흐를 수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업비 213억 원인 창원천 생태하천 사업에는 연말까지 116억 원이 투입된다. 공정은 25.8%. 70억 원이 들어간 가음정천도 하천물이 불어나면서 많은 시설이 훼손됐다. 남천과 창원천 피해 복구에만 20억 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소하천은 별다른 피해가 없었다.

○ “책임 따지고 원점에서 시작해야”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임희자 사무국장은 “많은 전문가들이 머리를 짜냈다는 생태하천이 자연의 힘 앞에 무용지물이 됐다”며 “하천을 보기 좋게, 놀기 좋게 만들겠다는 욕심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천 곳곳에 시설물을 설치하고 폭을 좁히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기므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고 동식물이 살도록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창원하천살리기 시민연대’는 “비난 여론을 의식해 허겁지겁 복구할 것이 아니라 생태하천에 대한 고민과 민관합동 현장조사, 원인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태하천 사업이 시작되던 2007년부터 줄곧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특히 “창원천과 가음정천은 상류 저수지 폐쇄 등으로 하천 유지수 확보가 어렵다”며 “이런 곳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해왔다.

창원시는 그동안 “물길을 다듬고 생태 탐방로와 산책로, 어류 서식처 등을 만들어 시민들이 즐겨 찾는 친수(親水)공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폭우로 피해가 생긴 이후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갑자기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컸다”며 “환경부와 협의해 시공방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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