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교육평가원 모의고사도 사전유출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시험전날 학원강사-직원에게 문제지 복사해 배포

EBS 외주 제작사 PD가 사설 학원에 시도교육청 주관 전국연합학력평가 문제지를 사전 유출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더 많은 수험생이 응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주관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시험지도 시험 전에 학원 강사들에게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수능에 응시할 고교 3학년과 재수생을 대상으로 6월과 9월 두 번 평가원 주관으로 치러지는 모의평가 문제지가 시험 하루이틀 전에 보안요원도 동행하지 않은 채 학교와 학원 등 시험 장소로 보내지고 있다. 문제지를 미리 받은 학원 가운데 일부는 시험 전날 강사와 직원들에게 문제지를 보여주거나 복사해 나눠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가원 모의평가는 전국 230여 개의 사설학원에서도 시험이 치러지는데 실제 성적에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보안에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

이들 학원 가운데 일부는 시험 전 문제지를 뜯어보고 강사 등 직원들에게 이를 배포했다. 서울 강남구 J학원 외국어(영어)영역 강사인 S 씨는 “올해 6월 모의평가 하루 전인 3일 학원 측에서 복사된 문제지를 받아 해설 강의 동영상을 찍었다”며 “문제를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면 바로 문제지를 줬다”고 말했다. 당시 강의 촬영을 맡았던 촬영기사 A 씨는 “외국어영역의 듣기 부분은 파일로 나눠주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한 재수생은 “모의평가 전날 강사가 ‘이번 시험의 수리탐구영역은 난도가 높으니 다 풀 생각 말고 쉬운 문제만 확실히 풀어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대형학원 강사인 K 씨도 “많은 학원에서 강사들의 편의를 위해 시험 전날 시험지를 강사들에게 나눠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학원에 다니는 고교 3학년 유모 양(18)은 “올해 6월 모의평가 전날 강사가 ‘내일 보는 고3 모의고사에 대한 해설 강의를 찍고 왔는데 혹시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답을 말할까봐 결강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평가원 수능운영부 관계자는 “일선 학원에서 문제가 시험 전날 유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모의평가를 주관하는 부서 직원이 4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전국 모든 학교와 학원을 철저히 감시하거나 당일 문제를 배포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