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갯벌올림픽이 18년 우정 맺어줬죠”

  • 입력 2009년 6월 11일 06시 29분


부산외대, 1992년 첫 참가후 매년 선수단 보내
日가시마市도 교류단 - 유학생 파견 등 ‘화답’

갯벌 보호와 환경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부산의 한 대학과 일본의 지방자치단체가 18년째 ‘우정’을 쌓아가고 있다.

부산외국어대와 일본 사가(佐賀) 현 가시마(鹿島) 시는 상호 교류 협정을 체결했다. 구와하라 마사히코(桑原允彦) 시장 등 가시마 시 교류단은 매년 부산외국어대를 방문해 특강을 하거나 시청 공무원 1명을 이 대학으로 유학을 보낸다. 2006년에는 구와하라 시장이 부산외국어대에서 행정학 명예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부산외국어대도 학부 졸업생을 가시마 시 인턴으로 보낸다.

두 곳의 교류는 가시마에서 매년 열리는 ‘가타림픽(GATALYMPIC)’에 1992년 제8회 대회부터 부산외국어대 교수와 학생들이 빠짐없이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가타림픽은 갯벌을 뜻하는 ‘가타’와 올림픽의 합성어로 갯벌올림픽이라는 의미. 가시마 인근 아리아케(有明) 바다의 넓은 갯벌에서 10여 개국 선수 2000여 명이 참가해 25m 갯벌스키, 갯벌자전거, 갯벌 속 보물찾기, 갯벌 씨름경기, 25m 갯벌 달리기 등의 경기를 치른다. 인터넷 접수 20분 만에 마감이 끝날 정도로 관심이 높다.

1988년 4회 대회에 참가했던 부산외국어대 정용각 교수(현 교무처장)가 소규모 도시에서 갯벌과 환경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감동해 대학 측에 건의해 1992년부터 정식으로 참가했다. 그동안 독도 문제로 인한 양국 관계 악화 등으로 몇 차례 불참 위기가 있었지만 매년 선수단을 파견하고 있다. 그동안 이 대회에 참석한 학생만 550명에 이른다.

7일 열린 제25회 가타림픽에도 부산외국어대 사회체육학부 학생 38명이 참가했다. 참가자 가운데 20명은 학부 졸업여행 대신 가타림픽을 택했다. 여자 부문 25m 갯벌스키 우승을 차지한 태혜랑 씨(22)는 “20년 가까이 이어진 선배들의 경기 노하우를 전수받았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참가 학생들은 대회가 끝난 뒤에도 주최 측과 함께 천막 철거, 주변 청소에 동참하는 등 자발적인 정화활동을 벌였다. 가시마 시도 3박 4일 일정으로 참가한 학생들에게 교통과 숙식을 제공했다.

구와하라 시장은 “18년간 빠짐없이 매년 대회를 빛내준 데 이어 부산외국어대 학생들이 뒷정리까지 자발적으로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가시마 시민을 대신해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정용각 교무처장은 “인구 3만5000명인 일본의 소도시가 갯벌을 이용한 세계적인 대회를 만들고 국내외에 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에 학생들이 큰 감동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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