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에세이]굴업도에서 노루사슴이 쫓겨나는 날

  • 입력 2009년 5월 27일 02시 49분


서해의 섬들이라고 절대로 남해의 해상국립공원에 뒤지지 않는다. 덕적군도의 서쪽 끝에 있는 한 아름다운 섬이 위기에 놓여 있다. 그 섬을 몽땅 사들여 골프장을 만들고 ‘VVIP’들만 골라 헬기로 모신다고 한다. 15년 전 방폐장 문제로 시끄러웠던 ‘굴업도’에 그때보다 더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업계획을 보니 산봉우리를 30m 깎아 50m를 메우는 부분도 있다. 160만 m²의 섬에 골프장을 만들려면 100만 m²를 확보해야 하니까 대부분의 산을 평탄화하고 해안선에 콘크리트 옹벽을 세우면 섬은 바다 위의 인공 구조물로 바뀔 것이다. 중장비의 굉음으로 모든 새들이 달아날 것이고 완공 후에는 헬리콥터의 파열음과 농약, 화학비료 탓에 지금 내 눈 앞에 뛰어 노는 노루 사슴, 흑염소, 검은 구렁이 등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그렇게 혼자서 부질없는 상념에 빠져 있는데 한 쌍의 검은머리물떼새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전 세계에 1만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은 멸종위기종이다. 그 귀중한 두 마리가 평화롭게 놀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에 목격한 새 한 마리는 불행히도 죽은 모습이었다. 아직 온기가 남아있는 작은 새는 바로 흰눈썹황금새다. 북쪽으로 이동하던 철새들이 중간기착지인 섬의 생태가 나빠지면 이렇게 죽을 수밖에 없다.

이 외에도 전국에 몇 곳 남지 않은 해안사구와 사구습지도 있다. 바닷물이 바다 밑 모래를 쓸어와 사구를 형성하고 이때 땅 밑의 지하수가 지상으로 올라와 맑은 샘물이 된다. 이 담수로 인하여 섬 전체가 유인도가 됐고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패총을 만들었다. 또 미군이 주둔할 수 있었고 피란민들이 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이 사구습지의 맑은 물로 사슴들이 아침마다 세수하고 목을 축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섬은 망망대해의 절해고도가 아니다. 사람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는 섬이다. 그렇지만 왠지 원시의 섬 같은 느낌을 준다. 해발 136m 정상에 오르면 다도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많은 섬들이 점점이 흩어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신라시대부터 우리의 안마당이었던 이 드넓은 바다를 서해해상국립공원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묶는 꿈을 꾼다. 그것은 외교안보상으로도 좋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 여기 있는 모든 것이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 살아있는, 그래서 많은 사람이 감사할 수 있도록 유람선 모양으로 움직이는 해상호텔을 그려 본다.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광장 대표이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