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숙생활 외국어 강사 신종플루 새 ‘구멍’

  • 입력 2009년 5월 25일 03시 05분


이번 C어학원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집단 감염 사태는 지금까지의 감염과 달리 지역사회로 확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첫 외국어 강사 확진환자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공항 검역과정에서 발견되거나 조기에 신고·격리가 이뤄져 추가 확산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감염이 확인된 어학원 강사 14명은 23일 전원 격리되기 전까지 자유롭게 음식점, 교통수단 등을 이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확진환자 중 2명은 22일 이 학원의 전국 분원으로 배치됐다가 23일 저녁에야 격리돼 하루 이상 통제받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모집된 강사 65명은 16일부터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2, 3명이 1개 방에 거주하면서 기본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18일부터 22일까지 진행됐으며 조별로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이 가운데 최초 발병자로 추정되는 미국인 A 씨(23·여)는 16일에 증상이 나타났지만 신고하지 않았고 그에게 바이러스를 옮은 다른 미국인 B 씨(23·여)가 23일 확진환자로 판명된 뒤에야 감염이 확인됐다. 질병관리본부는 “같은 방을 썼던 사람이나 같은 조원들에게 급속도로 퍼졌다”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의 이중 검역체계도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A 씨는 16일 입국했지만 공항 발열감지기를 이상 없이 통과했고 입국 후 5일째에 실시하는 전화모니터링에서도 증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전병율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완벽하게 걸러낼 수 있는 체는 없다”며 “이번에 외국인 강사들이 집단 발병한 만큼 앞으로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해 외국인 강사 입국 시 검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승철 신종인플루엔자대책위원장은 “지역사회 확산은 이미 어느 정도 예측됐던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종 인플루엔자는 과거 전염병들과는 다르게 감염 경로가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며 “지역사회로 확산되더라도 각각의 의심사례를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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