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추론적 사고의 이해 (4)

  • 입력 2009년 5월 25일 02시 52분


《추론적 사고에 ‘내용의 추론, 구조의 추론, 과정의 추론’이 있음을 이미 말한 바 있다. 이번 회에서는 ‘구조의 추론’을 다룬다. 구조의 추론은 표현된 내용이나 표현할 내용이 어떤 관계에 있는가를 분석적으로 추론함으로써 그 조직을 이해하거나 효과적으로 조직하는 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표현방식을 분석하며, 이를 통해 그 의도를 파악하거나 의도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이 측정 요소가 된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사실-의견 구분→표현방식 분석→제시문의 의도 파악훈련을

‘구조의 추론’은 제시문의 구조, 구성 및 표현 요소를 추리하고 상상하는 일에서 출발한다. 가장 기본적인 측정 요소는 글 전체의 구조를 추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빠진 내용을 유추하거나 유사한 구조의 다른 글과 구성 요소를 비교하여 대응시키는 능력이다. 이들은 ‘위 글의 구조를 가장 잘 나타낸 것은?’, ‘문맥상 ㉠에 들어가기에 적절한 것은?’ 식의 문두인데, 이런 유형은 1990년대 중반에 실시된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비교적 여러 번 출제되었으나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최근에는 다양한 ‘구조의 추론’ 문제가 출제되는데, 표현 요소의 추론, 표현 방식의 유추 적용, 내용에 따른 전개방법 파악, 문단의 통일성과 일관성, 개요의 작성 능력 파악, 서두나 결말에 적절한 내용의 조직능력 파악이 이 범주에 든다.

구조의 추론 문제는 다음과 같은 유형으로 보편화되고 있다. 3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기출 주제어’도 다시 출제할 수 있다고 했으니 몇 년 전 평가원 모의평가 문제를 골라보자.

<예문>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평가 지문

「고대 그리스인은 모든 물질이 ‘원자’라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미세한 구성 원소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몇 종류의 원자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결합하여 이토록 방대하고 다양한 물질세계가 형성되었다고 바라본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흐르는 동안 최소 단위에 대한 개념은 숱한 변화를 겪었지만, ㉠고대 그리스인이 세웠던 물질관은 여전히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세기 과학자들은 물질의 최소 단위로 생각되는 미세한 요소들을 발견하고 거기에 그리스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원자’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나 이것이 물질의 최소 단위는 아니었다. 1930년대에 이르러 원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의 주변을 전자들이 도는 구조로 된 복합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로 한동안 물리학자들은 양성자와 중성자, 그리고 전자가 바로 그리스인들이 생각했던 최소 단위 즉 원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1968년에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 센터의 실험에 의해 양성자와 중성자조차도 물질의 최소 단위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양성자와 중성자는 ‘다운 쿼크’와 ‘업 쿼크’라고 명명된 두 가지 입자들의 결합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물리학자들은 더욱 강력한 기구를 발명하여 여러 개의 새로운 입자들을 찾아냈다.

자연계에는 왜 여러 종류의 입자들이 있을까? 각각의 입자들이 갖고 있는 값(질량)들 사이에는 외관상 아무런 규칙성이 없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다가 입자들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고려하면 의문은 더 커진다. 입자들 사이에는 중력(重力), 전자기력(電磁氣力), 강력(强力), 약력(弱力)*이라는 네 가지 힘이 작용하는데, 이들은 그 크기와 성질이 모두 다르다. 도대체 왜 네 종류의 힘이 존재할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할 만한 이론의 후보로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을 들 수 있다. 초끈이론의 기본 개념은 모든 물질이 진동하는 ㉡끈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초끈이론에 의하면 만물의 최소 단위인 끈이 진동하는 방식에 따라 겉으로 나타나는 형태가 달라진다. 따라서 기존의 물리학자들이 발견해 낸 입자들은 모두 ‘진동하는 끈의 여러 가지 얼굴들’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네 종류의 힘에 그대로 적용된다. 예를 들어 무거운 입자는 그 입자를 이루는 끈이 격렬하게 진동하며, 가벼운 입자들은 끈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진동한다.

이전의 물리학자들은 물질의 최소 단위로 생각되는 여러 가지 입자들이 저마다 고유한 형태와 특성을 가졌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초끈이론은 이런 생각을 완전히 뒤집었다. 물질의 최소 단위인 끈들은 모두 동일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없이 많은 끈이 서로 다른 방식으로 진동하는 이 우주는 하나의 웅장한 ‘우주 교향곡’이 연주되는 거대한 무대인 셈이다.

* 전자기력: 전하(電荷)를 띤 입자들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

강력: 원자핵을 구성하는 입자들을 강하게 결합시켜 주는 힘.

약력: 방사능 붕괴를 일으키는 힘.」

이 글은 ‘초끈이론’의 기본 개념은 ‘모든 물질이 진동하는 끈으로 이루어졌다’이며, 이는 입자들 사이의 네 가지 힘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초끈이론’은 물질과 힘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이론으로 볼 수 있다. 다음 문제는 앞 실험평가 문제가 발전한 형태다.

「53. ㉠을 비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아이들은 블록 조각들을 적절히 짜 맞추어 매우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만들어 낸다.

② 고무공은 힘을 가하는 방식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변형된다. 그러다가 힘을 빼 면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온다.

③ 음계의 낮은 ‘도’와 높은 ‘도’ 사이는 12단계의 반음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2단계 의 진동수가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

④ 나무는 자라면서 큰 줄기에서 가지가 나오고, 그 가지에서 더 작은 가지가 나온다. 다시 그 작은 가지에서 더 작은 가지가 나온다.

⑤ 알갱이들은 특이한 성질을 갖고 있다. 예컨대 모래더미 위에 모래를 쏟아 부으면, 안쪽의 모래알은 고정된 상태를 유지하는데 경사면의 모래알은 흘러내린다.」

[풀이] ㉠의 ‘고대 그리스인이 세웠던 물질관’은 ‘몇 종류의 원자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결합하여 방대하고 다양한 물질세계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를 비유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제시할 수 있는 내용으로는 아이들이 블록 조각을 짜 맞추어 다양한 형태의 물건을 만들어 낸다는 ①이 가장 적절하다. 이 문항은 유추 능력을 평가하였는데, 실제 정답률은 50.08%로 예상보다는 저조한 정답률을 보였다. 당시 20.24%의 수험생이 오답지 ④에 반응하였는데, 이는 기본 원소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지는 물질의 합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잘게 나누어지는 분할에 주목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유형의 해결책은 사실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내용 파악이 기본이며, 용어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고, 일반적인 글의 구조를 미리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교과 과정상의 ‘작문’ 교과서를 통해 부단히 학습을 해야 한다. 특히 전개방법이나 구성방식, 서술방식을 파악해야 할 때는 용어에 대한 이해가 필수다. 3등급 이하 수험생 대부분이 문두나 답지에 나오는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한편 ‘구조의 추론’은 쓰기에서도 출제가 가능하다. 주어진 자료의 줄거리를 질서 있게 배열하여 글의 설계도를 일목요연하게 구조화하는 개요 작성이나, 필자가 의도하는 글의 내용에 적절한 표현 방법을 찾는 문항이 이에 해당한다. 의도에 맞게 표현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이런 문항은 ‘창의적 사고’와 범주를 넘나든다.

<예문> 200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대비 9월 모의평가 12번 문항

「<보기>

「(가)

낙 엽

○○○ 지음

암갈색으로 물든 채 바람에 흔들리더니

계절이 엇갈리는 길목에서

두어 바퀴 공중을 맴돌며 소리 없이 지는 낙엽

(나)

○ (가)는 대상을 묘사하는 데 중점을 둔 것 같아. 대상을 통해 화자의 생각이 드러나도록 하면 어떨까?

○ 대상에 인격을 부여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화자의 생각이 암시되도록 해보자.

○ 어떤 생각을 드러내느냐 하는 것도 중요해. ‘낙엽’ 하면 흔히 떠오르는 우 울한 느낌 말고, 긍정적인 생각이 암시되도록 하는 것이 좋겠어.」

12.수업 시간에 창작 연습을 하는 중이다. <보기>의 (가)를 (나)에 제시된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고친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계절이 엇갈리는 길목에서

암갈색으로 물든 몸을 움직여

두어 바퀴 원을 그리며 지는 그대

② 초록의 피부는 어디에 두고

두어 바퀴 둥글게 원을 그리며

오늘은 암갈색으로 지고 있는 그대

③ 시간의 굴레를 어찌하지 못하고

오늘은 암갈색으로 지고 있는 낙엽

다시 볼 수 있을까, 초록의 잎으로 빛날 날을……

④ 시간의 굴레에 묶인 채로 두어 바퀴 원을 그리며

초록으로 숨 쉬던 어제가 그리운지

오늘은 저렇게 무거운 걸음으로 지고 있네

⑤ 두어 바퀴 약속의 원을 그리며 아래로 향하는 그대

다시 초록으로 숨 쉴 그날을 위해

오늘은 묵묵히 지고 있나 보다」

[풀이] 조건에 맞춰 문학적인 표현을 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문항이다. (나)에 제시된 의견을 수용하여 (가)의 시를 고친다고 할 때, 이러한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것은 ⑤이다. ⑤에서는 전체적으로 시적 대상을 통해 화자의 생각이 잘 드러난다. 1행과 2행에서는 시적 대상인 낙엽에 인격을 부여하는 방법을 통해 화자의 생각이 암시되고 있는데, 특히 2행에서 화자의 긍정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 문항은 교과과정 문학 영역과 쓰기 영역을 결합하여 통합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문항의 타당성을 찾을 수 있었는데, 73.98%의 정답률을 보였다. 오답인 ③번에 17%의 학생들이 답을 하였는데, 이것은 ‘다시 볼 수 있을까, 초록의 잎으로 빛날 날을……’이라는 구절을 ‘낙엽의 긍정성’으로 인식한 학생들이 이를 정답으로 택하였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다음의 개요 작성과 글쓰기 계획 수립의 쓰기 문제도 ‘구조의 추론’ 유형에 속한다.

<예문> 200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8번 문항

「8. 시의회에 ‘자전거 전용 도로 설치’를 요청하는 건의문을 쓰고자 한다. 글쓰기 계획을 구체화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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