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사돈’ 김정복 前 중부지방국세청장 왜 소환했나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박연차 구명로비 규명
천신일 수사 ‘징검다리’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
국세청 청탁여부도 조사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2일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국가보훈처장(사진)을 소환조사한 것은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박 전 회장 구명로비 의혹을 밝혀내려는 ‘징검다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김 전 처장은 중부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국세청 고위 간부 출신으로, 지난해 7∼11월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주도한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국세청 선배다. 세무조사 당시 김 전 처장은 사돈인 박 전 회장을 위해 백방으로 뛰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여권 핵심부와 통하는 천 회장 등 유력인사들과 박 전 회장 구명을 위한 이른바 ‘대책회의’를 주선하고 연락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검찰이 김 전 처장을 소환하면서 ‘참고인’ 자격이라고 한 것은 의미가 있는 대목이다. 김 전 처장은 박 전 회장과 사돈관계라는 점에서 구명활동에 나선 것만으로는 죄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박 전 회장 구명 로비과정을 가장 소상하게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김 전 처장은 국세청이 태광실업 세무조사에 착수한 직후인 지난해 7월 말 천 회장 등과 함께 서울의 한 호텔에서 2차례에 걸쳐 대책회의를 열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김 전 처장이 세무조사에 대비한 전체적인 ‘밑그림’을 그리고 참석자들에게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천 회장이 한 전 청장과 서울과학종합대학원 ‘4T CEO’ 과정 동기로 구면이지만 국세청 내부의 움직임은 김 전 처장이 훨씬 밝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 전 처장의 입을 열면 천 회장이 세무조사 무마로비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박 전 회장이 그 대가로 금품을 건넸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박 전 회장과 천 회장 간의 금전적 거래관계를 파헤치는 기초조사를 벌여 왔다면 김 전 처장을 소환한 것은 관련 인사들이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파악하는 2단계 조사에 들어간 셈이다.

검찰은 김 전 처장이 친분이 있는 국세청 후배들을 상대로 직접 로비에 나섰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태광실업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조홍희 국세청 법인납세국장(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은 김 전 처장과 통화한 사실이 수사과정에서 드러나 12일 김 전 처장과 함께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김 전 처장과 조 국장을 상대로 통화과정에서 세무조사와 관련한 청탁이 있었는지 추궁하는 한편 두 사람이 전화 이외에 따로 만남을 가졌는지, 이 과정에 제3자가 개입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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