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 탈세수사 ‘외곽때리기’로 朴 세무조사 로비 실체 규명

  • 입력 2009년 5월 12일 03시 03분


검찰 “천신일-박연차 상부상조 관계… 조경석까지 사주고 팔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여부를 밝히려면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

홍만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밝히려면 박 전 회장과 천 회장의 ‘전반적인 관계’를 살펴봐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천 회장의 주식 거래 명세를 세밀하게 분석해 박 전 회장과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것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동기나 실체 수사의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 오랜 거래 관계에서 구명 로비까지?

검찰은 천 회장이 지난해 7∼11월 태광실업 세무조사 무마를 위해 한상률 전 국세청장과 접촉하는 등 로비에 나선 것은 의형제인 박 전 회장과의 오랜 친분 때문만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이 오래전부터 사업상 금전 거래를 하면서 서로 돕는 관계였기 때문에 천 회장이 움직였다는 것. 이들의 사업상 거래를 쫓던 검찰은 천 회장이 세중나모여행 주식과 나모인터랙티브 주식 등을 대규모로 위장 거래해 거액의 세금을 포탈한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천 회장의 주식거래 과정에 박 전 회장이 개입해 도움을 준 것이 지난해 세무조사 당시 천 회장을 움직인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홍 수사기획관은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이전부터 박 전 회장과 천 회장 사이에 호의적인 금전 거래 관계가 있었는지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 회장이 오랜 기간 박 전 회장에게서 도움을 받았다면 세무조사로 어려움에 처한 박 전 회장을 위해 열심히 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이다.

검찰은 천 회장이 2003년 6월 박 전 회장에게서 15명의 명의자를 제공받아 주식을 차명으로 보유했으며 이후 이를 장남과 차남, 딸 등 세 자녀에게 넘겨 이들이 세중나모여행사의 대주주가 되도록 했다. 실제 천 회장의 장남은 2003년 세중나모여행의 지분 1% 정도를 보유했으나 현재는 11.6%까지 증가했다. 결국 박 전 회장의 도움으로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을 얻은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에게 진 ‘빚’을 갚기 위해 국세청 관계자를 접촉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천 회장의 탈세 비리 혐의에 내포돼 있는 △편법 증여 △주식거래를 통한 거액의 차익 △세금 포탈 등이 세무조사 무마 로비와 법률적으로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 실제로 천 회장을 형사처벌할 경우 세무조사 무마 로비 부분은 알선수재 혐의가, 탈세 부분에는 세금포탈 혐의가 따로 적용된다. 하지만 천 회장의 개인 비리인 탈세 혐의 부분이 박 전 회장을 돕기 위해 세무조사 무마 로비에 나서는 중요한 동기로 작용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 천 회장과 박 전 회장의 ‘돌 거래’

두 사람 사이의 이러한 ‘호의적 거래’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천 회장이 소유한 ‘세중옛돌박물관’과 관련된 돌 사업에도 박 전 회장이 개입해 적지 않은 금전적인 이익을 천 회장에게 준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검찰에서 “천 회장이 돌을 좋아해 석조 작품을 많이 갖고 있다. 사업에 필요한 돌을 천 회장에게서 많이 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 천 회장이 2000년 경기 용인시에 문을 연 1만8150m²(약 5490평) 규모의 돌박물관에는 천 회장이 직접 모은 1만여 점의 석조물이 전시돼 있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천 회장에게서 사들인 조경석과 석재료 등을 2005년 10월 개장한 경남 김해시 정산컨트리클럽 등 건설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보고 박 전 회장이 ‘적절한 가격’에 사들였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에게서 많은 돈을 받은 뒤 실제 거래가격보다 싸게 산 것처럼 회계 장부에 기입하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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