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추론적 사고의 이해(3)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언어영역에서 수험생들이 어려워하는 유형 중 하나가 ‘다른 상황에의 적용’ 문제다. 사실적 사고가 기본이고, 거기에 다른 상황에서 같은 내용을 찾거나 같은 내용으로 변화시키는 것인데 최소한 두 단계의 사고과정을 거친다. 그러므로 이 유형은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유형이 발전하면 창의적 사고가 된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다른 상황에의 적용, ‘두가지 룰’을 잘 지키면 답이 보인다

‘다른 상황에의 적용’은 제시문에서 파악된 정보를 토대로 하여 구체적인 상황을 그 정보의 범주에 맞게 적용하는지를 평가하는 문제 유형이다. 이 유형은 크게 글쓴이의 주장·관점을 다른 상황에 적용하는 문제 형태와 글 속의 한 요소가 가지는 의미를 파악한 후 사례를 찾는 문제 형태로 나누어진다. 대비책으로는 글의 개념과 원리를 정확히 파악한 후 문제에서 요구하는 유추, 적용의 방향이 어디인지를 판단하여 답지와 비교해보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일반적으로 문자매체와 문자매체 간의 적용은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문자매체와 영상매체 사이의 적용은 다소 어려워한다. 마찬가지로 서로 다른 장르 간의 적용도 어려워한다.

2009학년도 수능에 출제된 기술 지문을 바탕으로 적용하기 문제를 풀어보자.

<예문>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43∼46번 지문(홀수형)

이 제시문은 2008년 9월 실시된 교육과정평가원 모의고사 기술 지문(디지털 영상 처리 기술)과 매우 유사한 내용이기 때문에 출제자가 같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기서 출제된 45번 문항이 적용하기 문제인데, 당시 수험생들의 정답률이 꽤 낮았다. 기술 지문은 기술의 혁신, 과학적 원리의 실제 적용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문제가 꼭 출제된다.

[풀이] <보기>의 (가)에서 ‘이전 화면’과 ‘현재 화면’은 그 안에 들어 있는 도형들의 배치가 다르다. 또 (나)에 비해 도형의 형태가 선으로만 표시됐으므로, 제시된 글의 내용을 적용하면 ‘한 화면 안에서 화소 값의 차이’는 적은 편이다. 즉 가까이 있는 화소들끼리 화소 값의 차이가 별로 없으며, ‘선’을 제외하면 변화가 거의 없다.

반면 <보기>의 (나)에서는 (가)에 비해 ‘이전 화면’과 ‘현재 화면’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 다만 같은 화면 내에서 각 도형의 명암 차이가 크므로 ‘한 화면 안에서 화소 값의 차이’는 크다. 따라서 ‘현재 화면과 이전 화면의 화면 간 중복 정도’는 두 개의 화면이 거의 비슷한 (나)가 더 높고, ‘화면 내의 화소 간 중복 정도’는 (가)가 더 높다. 정답은 ③번.

다시 기술 지문 하나를 더 보자. ‘촉매의 설계’를 다룬 2008학년도 수능 제시문이다.

<예문> 2008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9∼22번(홀수형)

『촉매는 마법의 돌이라고도 불린다. 화학 공정을 통하여 저렴하고 풍부한 원료로부터 원하는 물질을 제조하고자 할 때, 촉매는 활성화 에너지가 낮은 새로운 반응 경로를 제공하여 마치 마술처럼 원하는 반응이 쉽게 일어나도록 ⓐ돕기 때문이다. 제1차 세계 대전 직전에 수소와 질소로부터 암모니아의 합성을 가능하게 하여 식량 증산에 크게 기여하였던 철 촉매에서부터 최근 배기가스를 정화하는 데 사용되는 백금 촉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촉매가 의식주, 에너지, 환경 등 여러 가지 문제 해결의 핵심 기술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공업용 촉매 개발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다가 요행히 촉매를 발견하는 식이었기 때문에 ‘촉매가 보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촉매 설계 방법이 제안되었는데, 이는 표면 화학 기술과 촉매 공학의 발전으로 가능해졌다. 촉매 설계 방법은 ㉠회귀 경로를 통해 오류를 최소 과정 내에서 통제하는 체계로서 크게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대상이 되는 반응을 선정하고, 열역학적 검토와 경제성 평가를 거쳐 목표치를 설정한다. 이 단계에서 열역학적으로 불가능하거나 원하는 수준의 경제성에 도달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설계의 처음으로 되돌아간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반응물이 촉매 표면에 흡착되어 생성물로 전환되는 반응 경로 모델을 구상하며, 그 다음에 이 모델대로 반응의 진행을 쉽게 하는 활성 물질, 활성 물질의 기능을 증진시키는 증진제, 그리고 반응에 적합한 촉매 형태를 유지시키는 지지체를 선정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앞에서 선정된 조합으로 촉매 시료를 제조한 후 실험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촉매의 활성, 선택성, 내구성을 평가한다. 여기서 결과가 목표치에 미달하면 다시 촉매 조합을 선정하는 단계로 돌아가며, 목표치를 달성하는 경우에도 설정된 경로 모델대로 반응이 진행되지 않았다면, 다시 경로 모델을 설정하는 단계로 회귀한다. 설정된 경로 모델에 따라 목표치에 도달하면 촉매 설계는 완료된다.

미래 사회에서는 에너지 자원의 효율적 사용과 환경 보존을 최우선시해 기존 공정을 개선하거나 환경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다양한 촉매의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기존 공정을 개선하기 위해 반응 단계는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원하는 물질을 생산하고, 낮은 온도에서 선택적으로 빠르게 반응을 진행시 새로운 촉매가 필요하게 된다. 』

이 글은 ‘마법의 돌’이라 불리는 촉매 설계 방법에 대해 설명한다. 에너지의 효율적 사용과 환경 보존을 위해 촉매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회귀 경로를 통해 오류를 최소화하는 체계인 촉매 설계 방법을 제시한다.

『20. <보기>는 촉매 설계법에 따라 촉매를 개발한 사례의 일부다. 위 글로 보아 <보기>에 이어질 과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 M사는 염화수소로부터 염소를 생산하는 공정에 사용될 새로운 촉매를 설계하려고 한다. 먼저 열역학적 검토와 경제성 평가를 거쳤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중형 규모의 공장의 경우, 조업 온도 350˚C에서 촉매 1㎏이 시간당 400L의 염화수소를 처리하고 염화수소의 전환율이 70%가 되도록 목표치를 설정하였다. 다음은 관련 사항을 검토하여 두 개의 반응식으로 구성된 반응 경로 모델을 설정하고, 설정된 경로대로 반응을 진행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촉매 조합인 ‘크롬 조합-1’을 선정하였다. 그 다음은 선정된 촉매 조합의 평가 실험을 수행하였다. 실험 결과를 분석해 보니 염화수소의 전환율이 65%였다. 」

① 다른 반응 경로 모델을 구상한다.

② 개발 목표 전환율을 하향 조정한다.

③ 촉매의 시간당 염화수소 처리량 목표치를 낮춘다.

④ 선정된 촉매 조합을 다른 촉매 조합으로 변경한다.

⑤ 설정된 반응 경로 모델대로 진행되었는지 점검한다. 』

[풀이] ㉠은 오류가 발생했을 때 처음으로 되돌아와서 그 오류를 수정하여 다시 시작하는 방법이다. 이에 해당하는 사례로는 ⑤가 가장 적절하다. ⑤에서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방법은 처음으로 되돌아와 오류를 수정하는 행동에 해당하므로 회귀 경로를 통한 오류 수정이다. ①번은 비록 세 번 만에 비밀번호를 찾았지만, 이는 시행착오 끝에 촉매를 발견하는 전통적인 방법에 가깝다. ②번은 같은 행동에서 다른 결과를 얻고 있다. ③번은 우연이라는 요소가 작용하고 있다. ④번은 같은 행동과 결과가 반복되고 있다.

다음은 비문학 지문에서 문학작품 답지를 사용하여 출제한 장르 간 적용하기 문제 유형이다. 이런 유형도 사실적 사고에 기반한 문제 접근법은 같다.

<예문> 199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18∼23번(홀수형)

『 (가) <전략> 동양화의 특징인 여백의 표현도 산점 투시와 관련된다. 동양화에서는 산점 투시를 택하여 구도를 융통성 있게 짜기 때문에 유모취신(遺貌取神)적 관찰 내용을 화면에 그대로 표현한다. 즉 대상 가운데 주제와 사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본질적인 부분만을 취하고, 주제와 관계없는 부분을 화면에서 제거한다. 그 결과 여백이 생긴다. 이 여백은 하늘일 수도 있고 땅일 수도 있으며, 혹은 화면에서 제거된 기타 여러 가지일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여백은 단순히 빈 공간은 아니다. 그것은 주제를 돋보이게 할 뿐 아니라 동시에 화면의 의경(意境)을 확대시킨다. 당나라 때 백거이(白居易)는 ‘비파행(琵琶行)’이라는 유명한 시에서 악곡이 쉬는 부분을 묘사할 때, "이 때에는 소리를 내지 않는 것이 소리를 내는 것보다 더 낫다(此時無聲勝有聲)"라고 하였다. 여기서 ‘일시적으로 쉬는 것(無聲)’은 악곡 선율의 연속인데, 이는 "뜻은 다 달았으되 붓이 닿지 않은(意到筆不到)“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로 인해 보는 이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더 많이 가질 수 있고, 동시에 작품은 예술적 공감대를 확대하게 된다. 』

『 21. (가)의 셋째 문단에서 설명한 '여백의 미'와 가장 거리가 것은?

① 지아비 밭 갈러 간 데 밥 광주리 이고 가서,/밥상을 들되 눈썹에 맞추는구나./친하고도 고마우시니 손님이나 다르실까.

② 산촌에 눈이 오니 돌길이 묻혔구나./사립문 열지 마라. 날 찾을 뉘 있으리./밤하늘 한 조각 밝은 달은 그 벗인가 하노라.

③ 잘 새는 날아들고 새 달이 돋아 온다./외나무다리로 홀로 가서 저 선사(禪師)야,/네 절이 얼마나 하관대 원종성(遠鐘聲)이 들리나니.

④ 삿갓에 도롱이 입고 세우(細雨) 중에 호미 메고,/산전을 홑매다가 녹음에 누웠으니./목동이 우양(牛羊)을 몰아 잠든 나를 깨우네.

⑤ 지당(池塘)에 비 뿌리고 양류(楊柳)에 내 끼인 제,/사공(沙工)은 어디 가고 빈 배만 매였는고./석양(夕陽)에 무심한 갈매기는 오락가락 하더라. 』

[풀이] (가)에서 설명하는 여백의 미는, 사물을 그대로 그려 넣지 않고 비워둠으로 해서 주제를 더욱 돋보이게 할뿐만 아니라 보는 이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줌으로써 예술적 공감대를 확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문학작품에 적용하면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설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독자의 상상력에 맡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②∼⑤는 여백의 미가 드러난 반면, ①은 독자의 상상력에 의존하기보다는 유교 윤리의 교훈적인 면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정답은 ①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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