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 대검찰청 400㎞ 고속도로 네번 바꿔 ‘007작전’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봉하마을 떠나는 버스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 버스와 경호 차량의 뒤를 이어 취재 차량들이 줄지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떠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일행은 출발 5시간 17분 만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김해=전영한  기자
봉하마을 떠나는 버스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 버스와 경호 차량의 뒤를 이어 취재 차량들이 줄지어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떠나고 있다. 노 전 대통령 일행은 출발 5시간 17분 만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김해=전영한 기자
■ 盧 전대통령 34일만의 외출

예정경로 철저 보안

5시간 17분 이동해 상경

16인승 방탄버스 이용

점심은 김밥도시락으로

34일 만의 외출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3월 27일 지인들과 경남 김해시 진영읍 사저 근처를 산책한 것이 동아일보의 카메라에 잡힌 이후 외출을 삼갔다. 한 달여 만에 집을 나선 30일 노 전 대통령이 탄 버스의 창문 밖으로는 푸른 들판이 펼쳐졌지만 마음은 착잡했다. 점심으로 준비한 김밥 도시락을 버스 안에서 꺼내들었지만 몇 개 넘기지 못했다.

봉하마을 사저를 떠나 대검찰청에 도착할 때까지 5시간 17분이 걸렸지만 그에겐 50시간처럼 길게 느껴질 법했다.

○ ‘007 작전’ 방불케 한 이동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두 과정을 책임진 청와대 경호처는 경로, 이동수단 등 모든 사항을 출발 직전까지 ‘극비’에 부쳤다. 경호처는 출발 20분 전에야 구체적인 동선을 경찰에 통보했다. 봉하마을에서 대검찰청까지의 최단 거리는 360km 정도. 하지만 이날 노 전 대통령은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고속도로 4개를 이용하며 30km 이상을 돌아 서울에 도착했다.

오전 8시 2분 봉하마을을 출발한 노 전 대통령 일행은 남해고속도로, 중부내륙고속도로, 당진∼상주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등을 거쳐 5시간 17분 만인 오후 1시 19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예정된 경로는 수시로 변경됐고 노 전 대통령 일행이 400km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면서 경부고속도로 천안 입장휴게소에서 13분간 쉰 것을 빼면 경찰의 신호 통제로 단 한 차례의 정차 없이 ‘논스톱’으로 대검찰청까지 들어섰다.



○ 버스 안에서 도시락 점심

이날 노 전 대통령 일행이 탄 버스는 42인승 리무진 버스를 16인승으로 개조한 것으로 청와대 경호처에서 제공했다. 이동 과정에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유리창 등에 방탄 조치를 철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유리창은 모두 짙은 색으로 틴팅(tinting·유리창에 색을 넣어 빛 투과율을 줄이는 것) 처리돼 내부가 전혀 보이지 않았으며 운전석 뒤에도 회색 커튼이 쳐져 있어 외부에서 노 전 대통령을 볼 수 없도록 제작됐다. 이 버스에 동승한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버스 안에 화장실은 없으며 가운데 테이블이 하나 있을 뿐 일반 버스와 내부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은 버스 안에서 미리 준비한 김밥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문 전 비서실장은 “버스 안에서 김밥을 먹었는데 노 전 대통령은 많이 드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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