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작년 11월 朴 현금인출기록서 盧이름 발견

  • 입력 2009년 5월 1일 02시 56분


‘노무현 게이트’의 시작을 알린 동아일보 3월 19일자 보도. 본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았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단독 보도를 통해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노무현 게이트’의 시작을 알린 동아일보 3월 19일자 보도. 본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에게서 거액을 받았다는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는 단독 보도를 통해 사건을 세상에 알렸다.
본보 올 3월 ‘50억 받은 정황’ 보도로 수사 앞당겨

“2006년 O월 O일 4950만 원, ×월 ×일 4900만 원… ―노무현.”

지난해 11월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거액 현금 인출 기록을 검토하던 중 ‘노무현’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그해 7∼11월 세무조사 당시 국세청은 수년 동안 박 회장이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고액 현금 거래 보고’ 대상 금액 기준(5000만 원)에 살짝 모자라는 뭉칫돈을 인출해 온 것을 찾아냈다. 그래서 여직원 다이어리 등을 분석해 인출 날짜 전후로 박 회장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 10여 명의 이름을 참고자료 형식으로 적어 놓은 것. 검찰은 그중에 섞여 있던 이 이름에 주목했다.

지난해 12월 12일 구속된 박 회장은 검찰에 매일 불려 다니며 조사를 받던 어느 날 “‘전 정권’에 500만 달러를 줬다. ‘애들’이 받아갔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전 정권’은 바로 노 전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었고, ‘애들’이란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를 뜻하는 것이었다.

박 회장은 올 들어 ‘100만 달러’와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건넨 ‘3억 원’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상세한 진술을 청취했으나, 수사 시기는 5월 이후로 미뤘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를 마무리한 뒤 대미를 장식하는 것으로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

그러나 3월 19, 20일 동아일보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퇴임을 전후한 시점에 노 전 대통령 지인의 해외 계좌로 500만 달러를 송금했다’고 보도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검찰은 어쩔 수 없이 수사 일정을 앞당겨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나서게 됐다.

30일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됨으로써 ‘노무현 패밀리’는 풍비박산의 지경에 이르렀다. 형 노건평 씨는 이미 지난해 12월 세종증권의 농협 매각을 도와주는 대가로 30억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고 조카사위 연 씨와 아들 노 씨, 부인 권양숙 여사까지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 때문에 검찰 조사를 받았다. 검찰 안팎에선 “대통령 5년 하고 멸문지화(滅門之禍)를 당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와 별도로 검찰은 국회의원 200여 명과 언론사 기자 등 여러 사람들의 연락처가 적힌 박 회장의 수첩과 박 회장 여비서의 다이어리에서 ‘박연차 리스트’의 흔적을 찾아냈다. 이때 박 회장의 입에서 박관용 김원기 전 국회의장,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의 이름이 나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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