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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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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등 좁은 통로에서 서로 짐을 들고 마주 올 경우 대부분 짐끼리 부딪히기 일쑤다. ‘통로가 좁아서 그렇겠지’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좌측통행 방식에 이유가 있다. 짐을 들 때 오른손을 사용하는 경우가 77%나 돼 좌측통행을 하면 통로 안쪽으로 짐이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측통행을 하면 짐이 통로 바깥쪽을 향하게 돼 이런 문제가 사라진다.
경찰청과 국토해양부가 29일 대통령직속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에 보고한 ‘교통운영체계 선진화 방안’은 사소한 보행 관습에서 교통체계 전반에 영향을 주는 굵직한 내용까지 우리 생활상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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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측통행으로 바꾸나
정부가 보행방식을 우측통행으로 변경하려는 것은 좌측통행이 신체적 특성 및 교통안전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항이나 지하철 게이트, 건물 회전문 등 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시설물들은 우측통행에 맞게 설치돼 있다. 박물관이나 전시시설 등의 보행동선도 우측통행에 편리하게 만들어졌다. 국토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오른손잡이가 88.3%나 돼 보행심리상 우측통행을 선호하는 사람이 73.3%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존 통행방식은 좌측통행이었기 때문에 지하철 환승로나 계단 등에서 보행자끼리 뒤엉켜 걸어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런 경우는 회전문을 사용할 때도 흔히 벌어진다. 좌측통행으로 걸어오다 오른쪽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는 우측통행이 자리 잡으면 편의 증진으로 보행속도가 1.2∼1.7배 높아지고 충돌횟수가 최대 24%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또 눈동자 움직임은 15%, 심장박동수도 18%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 교차로 우회전 일부 제한
보행체계와 함께 교통신호체계도 대폭 개선된다. 지금까지 소규모 도로에서만 가능했던 비보호 좌회전이 앞으로는 3차로 이하 교차로에선 원칙적으로 허용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려는 차들은 좌회전 신호가 없거나 직진 신호가 들어왔을 때도 요령껏 방향을 틀 수 있게 된다. 교차로에서 비보호 좌회전을 허용하려는 것은 기존의 신호주기가 교통흐름 개선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 때문이다. 경찰은 비보호 좌회전 허용으로 좌회전 차량과 반대편의 직진 차량이 충돌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출 계획이다.
원칙적으로 허용되던 교차로 우회전은 일부 제한된다. 현행 신호체계에서는 건널목이 사거리에 가깝게 붙어 있을 경우 우회전한 차량이 보행자를 칠 여지가 많았다. 경찰청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우회전 차량 전용 신호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이 신호등은 우회전 방향 도로의 횡단보도 신호등이 녹색일 때 우회전 차량에는 적색신호를 줘 우회전을 선별적으로 제한하는 역할을 한다.
○ ‘직진 후 좌회전’ 점차 확대
교통 흐름상 직진 차량이 좌회전 차량보다 많은 것이 상식. 그러나 국내 신호체계는 ‘좌회전 또는 직진·좌회전 동시 신호’를 직진 신호보다 먼저 주는 교차로가 많아 교통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직진 차량 소통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우리나라 교차로의 신호등은 ‘직·좌 동시’가 40.4%, ‘좌회전 후 직진’이 29.1%인 데 비해 ‘직진 후 좌회전’은 9.7%에 불과하다.
경찰청은 이 때문에 직진 신호를 다른 신호보다 우선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청은 ‘직진 후 좌회전’ 신호 비율을 점진적으로 늘려 2011년까지 모든 교차로에 적용할 방침이다.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던 점멸신호등도 탄력적으로 운영된다. 경찰청은 “기존의 고정신호등은 심야나 휴일 등 교통량이 현저히 적은 시간에도 불필요하게 운전자가 신호대기를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며 “사고 위험과 교통량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점멸신호등 체계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은 심야나 휴일에는 점멸신호 운영을 확대하고, 신호 통제 필요성이 낮은 교차로에는 신호등을 없애 무신호 교차로나 회전교차로로 전환하기로 했다.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