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급호텔-룸살롱 ‘성매매 공조’

  • 입력 2009년 4월 30일 02시 57분


서울 강남 호텔지하 룸살롱, 객실 2개층 빌려
전용 엘리베이터로 객실 직행… 단속 따돌려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이 ‘2차 손님’을 받으라며 지하 룸살롱에 객실 58개를 임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9일 강남구 삼성동 R호텔 지하에서 룸살롱을 운영하며 호텔 투숙객과 일반인을 상대로 성매매를 해온 혐의로 C주점 사장 한모 씨(46)와 성매매 여성, 성매수 남성 등 4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 호텔은 전체 객실 246개 중 5층과 7층에 있는 방 58개 전부를 C주점에 임대해 일반 투숙객은 받지 않고 2차 손님만 받게 했다. 업주 한 씨는 방 한 개에 하루 8만8000원씩 객실료로 매일 510만 원을 호텔에 지급했다. 호텔 지하 1, 2층에 60여 개의 룸을 갖춘 C주점은 성매매 여성 150명 등 250여 명의 종업원을 고용해 하루 평균 320명의 손님에게서 1억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경찰은 성매매 장소를 제공한 혐의로 이 호텔 대표 신모 씨(47)를 소환조사한 후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R호텔은 지하 3층, 지상 14층으로 객실 246개를 갖춘 특2급 호텔이다.

경찰은 2월 13일부터 서울시내 성매매 업소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들어가 23일까지 70일간 364개 업소를 적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단속 건수 173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호텔 등 대형 숙박업소에 대한 단속건수는 지난해 전체 3건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23일 현재 13건으로 증가했다.

종전에도 경찰이 유흥업소를 단속하기는 했지만 단속 정보가 새나가면서 호텔 룸살롱 같은 대형 유흥주점은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R호텔이 경찰 단속에 걸리자 강남 일대 유흥업소들이 긴장하고 있다.

단속 기간에도 경찰의 눈을 피해 영업을 하던 대형업소들도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가게 주변에 2중, 3중으로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망을 보도록 하는가 하면 사전예약제를 도입해 잠입 경찰관들을 철저하게 걸러낸다.

이번에 적발된 C주점 역시 3단계에 걸친 보안시스템으로 경찰 단속을 피해 왔다. 영업은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고 회원들도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실내에 들어와도 고참 웨이터가 육안으로 신분을 확인하고 이를 통과해야만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로 안내된다.

웨이터가 열쇠를 꽂아야만 문이 열리는 이 엘리베이터는 다른 층에서는 서지 않고 성매매용으로 임대한 5층과 7층에서만 멈췄다. 이 때문에 일반 투숙객과 외부인은 호텔 객실에서 버젓이 성매매가 이뤄진다는 사실을 눈치 채지 못했다. 경찰도 이 같은 철통보안 때문에 여러 차례 잠입에 실패했다.

강남경찰서 윤후의 생활안전과장은 “어렵게 감시망을 뚫고 업소에 잠입해도 내부 감시에 나선 웨이터들이 낌새가 이상하다 싶으면 불시에 손님을 해산시키고, 검거를 시작하려고 하면 예상치 못했던 퇴로로 도주해 버려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경찰이 최근 인사에서 유흥업소 업주와의 유착 의혹을 받았던 강남경찰서에 성매매단속 실적이 뛰어난 간부들을 배치하는 등 기업형 성매매업소에 대한 단속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유흥주점 운영자인 윤모 씨(39)는 “경찰이 고급 호텔까지 예외 없이 단속의 칼을 들이대니 예전보다 숨어서 장사하기가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대형업소의 경우 이미 100억 원 넘게 투자가 된 상태라 소나기를 피해보자는 심정으로 보안장치를 마련하는 데 추가 투자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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