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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9일 1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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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돼지인플루엔자(SI) 진원지가 멕시코 동부 산타크루즈 주(州)의 작은 마을로 알려지면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인근에 미국의 세계 최대 돼지 사육 및 가공공장이 들어서 있는 곳이기 때문.
당초 SI의 진원지는 13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오악사카 주(州)로 알려졌다.
하지만 멕시코 당국은 28일 "이보다 2주 앞서 집단 독감증세가 나타난 산타크루즈 주의 라 글로리아 마을 4세 소년이 돼지인플루엔자에 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에드가 허난데스 군(4)으로 밝혀진 이 소년은 현재는 회복된 상태다.
인구 3000명의 작은 농촌 라 글로리아 마을에서 신음소리가 나기 시작한 때는 2월.
고열과 심한 두통, 근육통, 구토, 설사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이 하나 둘 생기더니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가족 전체가 앓아눕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결국 마을 인구의 60%가 유사 증세를 호소했다.
생후 8개월 된 아기가 사망했고, 3월 21일에는 또 다른 2세 미만의 아기가 숨을 거뒀다.
주 정부는 뒤늦게 현지로 의료진을 파견했다. 주민들은 "의료진에게서 이상한 형태의 감기라는 말을 듣고 독감(인플루엔자)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그들은 '멕시코에서 독감은 사라졌다'며 이를 부인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 등 외신은 전했다. 주민들은 "인근 돼지공장에서 나오는 배설물과 파리떼가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라 글로리아 마을 근처에는 미 버지니아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돼지 생산업체 '스미스필드'의 공장이 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는 "(돼지) 분뇨의 갯벌에 둘러싸여 산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더구나 이 회사는 공장 근처 강에 불법으로 분뇨를 배출한 사실이 적발돼 2000년 미 대법원에서 1260만 달러의 벌금 판결을 받기도 했다.
공장 측은 최근 문제가 불거지자 "멕시코 공장과 돼지인플루엔자가 연관돼 있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다. 멕시코 정부도 이 마을의 영아 사망과 돼지 공장과는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멕시코인들의 불신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감염자와 그 가족들은 "앰뷸런스 의료진이 감염 가능성을 걱정해 치료조차 거부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