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420만원짜리 특목고생 SAT과외 적발

  • 입력 2009년 4월 29일 02시 59분


前외국어고 계약직 교사

오피스텔 불법학원 운영

미국 유학을 준비 중인 서울의 한 외국어고 2학년 S 군(17)의 부모는 한 달 과외비로 420만 원을 썼다. 아들이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 준비를 도와주는 ‘방과후 유학준비반’에 들지 못해 지난해 말부터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한 오피스텔 학원에서 ‘족집게 과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유학 지망생들이 늘면서 ‘SAT 과외’가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과외의 한 달 수강료는 평균 200만 원 선으로, 보통 고액과외의 두 배 정도. 최고급 강사일 경우 한 달 수강료는 400만 원이 넘는다.

S 군은 오후 6시경 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바로 오피스텔로 향한다. 방 3곳에서 학년별로 7, 8명씩 모여 오후 11시까지 과외교습을 받는다. 교재는 미국에서 공수해온 미국사, 수학, 과학 교과서.

이 과외학원 원장 맹모 씨(37)와 강사 등 5명이 지난달 3일 불법 고액과외를 한 혐의(학원 설립 운영 및 과외 교습에 관한 법률 위반)로 서울 수서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됐다. 오피스텔에 간판을 내걸고 학원처럼 운영했지만 사실은 무등록 상태에서 불법 영업을 해온 것이다. 맹 씨는 이에 앞서 2001∼2007년 서울 강북의 한 외고에서 방과후 불법으로 SAT 고액 과외를 알선한 혐의도 받고 있다.

미국의 한 주립대를 졸업한 맹 씨는 서울지역 외고에서 ‘방과후 학교’ 계약직 교사로 일하다 오피스텔에 SAT 과외학원을 차렸다. ‘SAT 전문 족집게’로 인기를 끌자 교내 유학교실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α’를 배우려는 H외고, S외고, C국제고 등 특목고생들이 몰려들었다.

맹 씨는 학생 한 명당 월 150만∼420만 원의 수강료를 받았고 2007년 6월부터 14개월 동안 계좌 매출로만 5억 원을 벌었다. 현금 매출까지 합하면 수입은 10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조사 결과 맹 씨는 학부모와 개별상담을 거쳐 과외비를 정했기 때문에 한 교실에서 교습을 받는 학생들 사이에도 수업료가 제각각이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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