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무안 ‘행복마을’ 아세요

  • 입력 2009년 4월 28일 06시 47분


전형적 산골동네에서 한옥촌으로 거듭나… 약초체험장 수변공원 만들어 ‘농촌회생’ 상징으로

전남 무안군 몽탄면 약실마을은 약초 채취와 벼농사로 생계를 유지해온 전형적 산골.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3년 전만 해도 주민 60여 명 중 70%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침체된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은 사람은 이 마을 박광일 이장(46). 박 이장은 2년 전 전남도가 추진하는 행복마을 조성사업에 참여했다. 도시민과 함께 사는 행복마을을 만들기 위해 마을 가옥을 한옥으로 고치거나 새로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한옥 붐’이 일면서 마을에 도시 사람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한옥이 약실마을에 농촌 회생의 희망을 심어준 셈이다.

▽행복마을 조성 이후 귀농 바람=약실마을에는 최근 2년 새 한옥이 20채 들어섰다. 주민들이 20개 가옥을 한옥으로 고치거나 새로 지었다. 외지인도 10채를 지어 입주하면서 주민이 35명이나 늘었다.

전남 목포에서 약초 관련 자영업을 하다 2007년 말 약실마을로 이사한 배석진 씨(50)는 “9만9000m²에 재배하는 약초로 기능성 식품을 개발해 높은 소득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옥은 주민들에게 또 다른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2년 사이에 전원마을(농림수산식품부)과 전통테마마을(농촌진흥청), 정보화마을(행정안전부)로 잇따라 선정된 것. 주민들은 각종 지원금에 마을 기금을 보태 수영장과 약초체험장 등 관광시설을 확충하기로 했다. 성과가 좋으면 미니 골프장과 민박 등 가족 단위 관광객을 위한 공간을 더 갖출 계획이다.

박 이장은 “처음에는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 새집을 짓느냐’며 시큰둥하던 주민들이 마을의 변화를 보고 모두들 좋아한다”며 “2010년까지 생태하천과 수변공원을 만들어 전국에서 제일가는 테마마을로 가꾸겠다”고 말했다.

▽농촌 희망 키우는 행복마을=전남도는 도시민들이 돌아오는 농어촌 마을을 만들기 위해 2005년부터 행복마을 조성사업을 벌여왔다. 한옥으로 마을을 새롭게 가꾸고 전원마을을 만들고 도농통합형 신규 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전담조직(행복마을과)을 설치하고 한옥발전기금 200억 원도 만들었다.

한옥을 신축하는 주민에게는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진다. 기존 마을에서 한옥 10채 이상을 신축하거나 20가구 이상의 신규 마을(전원마을)이 전 가구를 한옥으로 신축할 경우 기반시설비 5억 원씩을 지원하고 각종 농어촌개발사업비를 집중 배정하고 있다. 한옥 신축 가구에는 보조금 2000만 원과 3000만 원의 장기저리 융자금을 지원하고 시군도 추가로 2000만 원 이내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행복마을 조성사업지구로 선정된 52곳에는 외지인 전입이 늘고 주변 땅값이 오르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입 주민이 135명 늘었고 마을 주변 토지가격이 평균 80% 올랐다. 전남 고흥군 명천마을의 경우 m²당 6700원 하던 땅값이 2만1000원으로 오르기도 했다.

이승옥 전남도 행복마을과장은 “건강에 좋은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도시인들이 은퇴 후 농촌에 정착하고 싶은 감성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한옥 민박 등 다양한 농어촌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민 소득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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