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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2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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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서면질의서 보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부장 이인규)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구속 기소)에게서 600만 달러 이상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22일 서면질의서를 보냈다.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노 전 대통령의 ‘애들’에게 보낸 500만 달러는 이미 노 전 대통령에게 주기로 약속돼 있던 돈이다”라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말 박 회장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사업 수주에 도움을 준 대가로 2008년 2월 500만 달러를 아들 노건호 씨와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보내도록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 검찰은 박 회장에게서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의 회갑 때 노 전 대통령 부부에게 2억 원 상당의 스위스제 명품시계를 선물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3월 30일자 A3면 참조
검찰은 A4용지 7장 분량의 서면질의서를 이날 오후 4시경 노 전 대통령 측의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e메일로 먼저 발송했으며, 질의서 원본은 따로 검찰 수사관을 보내 문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 질의서에는 △2007년 6월 말 100만 달러 수수 경위 및 용처 △2008년 2월 말 500만 달러 수수 경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질문이 망라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노 전 대통령을 소환해 조사하는 시간을 단축하고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등을 고려해 쟁점사안을 서면으로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측에 “이번 주말경까지 답변서를 제출해 달라”고 전했으며 답변서가 도착하는 대로 진술 내용을 검토한 뒤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 노 전 대통령 소환 시기는 이르면 다음 주 후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문 전 실장은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은 성의껏 답변해서 보내겠다”며 “너무 시간을 오래 끌어 힘들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조사) 절차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서면질의서를 전달받은 뒤인 오후 6시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띄워 “오랜 친구인 정 전 비서관이 공금 횡령으로 구속된 마당에 제가 할 일은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죄하는 일이다”라며 “이제 제가 말할 수 있는 공간은 오로지 사법절차 하나만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저는 이미 민주주의, 진보, 정의 이런 말을 할 자격을 잃어버렸다. 여러분은 저를 버리셔야 한다”며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