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오른손이 한 도둑질 왼손이 모르게?

  • 입력 2009년 4월 22일 02시 57분


타이어 훔친 목사, 신도에게 거짓자백시켜

대전의 한 교회 목사인 김모 씨(54)는 15일 신도 엄모 씨(48)의 1t 트럭을 빌렸다. 이튿날 오전 4시경 충북 청주시로 트럭을 몰고 온 김 씨는 흥덕구 수곡동 주택가에 주차돼 있던 무쏘 차량의 예비 타이어 1개(30만 원 상당)를 훔쳤다. 또 인근의 다른 차량에서 타이어를 훔치다 차량 주인의 아들에게 들키자 트럭을 버리고 대전으로 달아났다.

김 씨는 경찰의 번호판 추적으로 범행이 발각될까 두려워하다 엄 씨를 찾아가 ‘거짓말’을 부탁했다. 그는 “개인적인 일로 지인과 청주에 갔는데 내가 트럭에서 잠을 자는 사이 그 사람이 타이어를 훔치다 도망갔다. 그 사람이 전과가 많아 징역을 살 것 같은데 전과 없는 당신이 훔쳤다고 하면 곧장 풀려날 거다”라고 꾄 것. 이 말을 믿은 엄 씨는 16일 김 씨와 함께 청주 흥덕경찰서로 가서 자수했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시간대와 과정에 대한 엄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한 것을 수상히 여겨 추궁했고, 엄 씨는 “거짓 자백을 부탁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특수강도 등 전과 17범으로 2003년 출소한 뒤 독학으로 목사 자격을 얻어 교회를 열었지만 생활이 어려워지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21일 김 씨를 특수절도 등 혐의로 구속하고, 엄 씨를 범인은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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