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건호씨 진술번복 많아져”… 盧의 방어선 무너지나

  • 입력 2009년 4월 18일 02시 58분


盧 전대통령에 ‘3자 뇌물 혐의’ 적용 가능성

檢 “정상문, 단순한 돈 심부름꾼 아니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17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를 4번째 소환 조사하면서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투자받은 500만 달러가 노 씨 소유였다는 정황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검찰은 500만 달러가 노 씨 소유라면 결국 노 전 대통령의 돈이기도 하다는 법적인 평가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노건호 씨, 500만 달러 지배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은 이날 “박 회장에게서 투자받은 500만 달러는 노 씨와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가 함께 운용하는 형식이지만 노 씨가 상당한 지배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애초 500만 달러 중 절반 정도는 연 씨가 최초 투자받은 버진 아일랜드의 타나도 인베트스먼트에 대부분 남아 있고 나머지 절반은 같은 지역에 세운 엘리쉬 앤 파트너스사로 옮겨진 뒤 미국을 거쳐 한국의 벤처회사 두 곳으로 우회 투자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러한 투자는 대부분 노 씨의 결정에 따라 이뤄졌다. 홍 수사기획관은 16일 “노 씨가 투자를 결정했다면 (500만 달러를) 지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500만 달러가 사실상 노 씨의 돈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날 홍 수사기획관은 “노 씨가 검찰이 제시한 증거 등에 의해 애초 진술을 많이 번복하고 있다”며 “검찰로서는 수사가 상당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500만 달러의 용처 수사에 진전이 없는 것 같던 검찰의 태도가 크게 바뀐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노 씨를 마지노선으로 노 전 대통령과 500만 달러의 연관성을 차단하려고 할 수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의 돈을 아들 노 씨가 지배력을 갖고 운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검찰의 생각이다.

한편 수사팀 주변에선 노 전 대통령에게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의 부정한 청탁과 노 전 대통령의 승낙이 있었다면 그에 따른 이익을 노 씨가 받는 것으로 하자는 협의가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 3자 회동은 500만 달러의 출발점

검찰은 16일부터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상문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을 조사하며 2007년 8월 이들이 서울의 S호텔에서 이른바 ‘3자 회동’을 갖고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를 보내는 문제를 논의한 정황을 파악했다. 또 당시 회동에서 노 전 대통령의 고향 개발을 위해 설립한 ㈜봉화의 자금 조달 문제를 논의해 같은 해 9월경 강 회장은 창신섬유에서 50억 원, 다음해 1월 시그너스골프장에서 20억 원 등 모두 70억 원을 ㈜봉화에 투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이 회동 결과를 노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그 결과 박 회장이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에게 500만 달러를 보내게 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을 노 전 대통령과 박 회장 사이에 500만 달러가 오간 것을 입증할 핵심 연결고리로 보고 있다. 홍 수사기획관은 이날 “정 전 비서관은 그냥 단순한 심부름꾼이 아니다. 대통령과 가까이 하려는 사람이 볼 때 총무비서관은 권위 있는 자리”라고 말했다.

○ 노 전 대통령의 동정심 유발 전략?

노 전 대통령은 17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운 글에서 강 회장에 대한 연민을 나타냈다. 또 강 회장이 “그 사람들 대통령 주변에서 일하다가 놀고 있는데 먹고살 것 없으면 사고치기 쉽잖아요. 사고치지 말고 뭐라도 해보라고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이 강 회장에게 돈을 받은 사실이 줄줄이 나온 것에 대한 ‘변명’으로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법률가인 노 전 대통령이 강 회장의 범법엔 눈감고 지지자들을 도와준 행위만 강변하면서 동정심을 유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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