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사원 정규직 전환 ‘극과 극’

  • 입력 2009년 4월 10일 02시 55분


민간기업은 56%… 공기업은 7%

A공단 인턴 30대 김씨

“전화 받는게 핵심업무

근무시간에 취업공부”

한투증권 인턴 20대 강씨

“정직원과 비슷한 업무

야근자청 등 경쟁치열”

#1. 최근 A 공단에서 인턴 업무를 시작한 김모 씨(30)는 스스로를 ‘10개월짜리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생각한다. 몇 가지 문서 작성과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이 업무의 전부다. 선배 직원들은 김 씨에게 업무를 지시하지도 않는다. 김 씨는 “정규직 전환 가능성도 거의 없어 그저 ‘시간 때우기’로 그칠 것 같다”며 “동료들은 근무시간에 아예 책을 펴놓고 취업준비를 하기도 한다”고 푸념했다.

#2. 지난해 말 신세계백화점 인턴을 거쳐 정규직에 채용된 정현진 씨(24·여)는 영등포점의 ‘영플로우’ 매장을 생각할 때마다 어깨가 으쓱한다. 인턴시절 영등포점 재개장에 대한 전략회의에서 그가 낸 아이디어가 실제 리모델링 공사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 아이디어는 정 씨가 채용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정 씨는 “좋은 아이디어가 취업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창의력이 샘솟았다”고 말했다.

#3. 지난해 한국투자증권에서 인턴으로 일한 강도균 씨(26)는 매일같이 야근을 자청했다. 시장동향 보고서 작성 등 실전에 가까운 업무가 주어진 데다 무엇보다 인턴평가가 정규직 채용에 직결됐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매년 인턴사원의 30∼50%를 정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강 씨는 “인턴들이 서로 야근을 자청하는 등 경쟁이 치열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적극적인 업무태도와 성실성을 인정받아 결국 정규직 사원으로 채용됐다.

이들 사례처럼 일반 기업과 공기업에 들어간 인턴의 만족도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정부는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공기업과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인턴을 적극 채용하고 있지만 이들 기관은 정규직 전환이 극히 저조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가 국내 상장사 174개와 공기업 28개 등 202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정규직 전환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일반 기업은 56.3%인 반면, 공기업은 7.1%에 불과했다.

정부도 공기업 인턴의 정규직 전환이 적은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국회에서 “인턴제도가 정규직 채용으로 연결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도록 제도적 보완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한국전력공사 등 28개 주요 공기업의 인턴 채용규모는 총 2943명으로 지난해(485명)보다 6배가량 급증했다. 이 중 한국수출입은행 등 10개 공기업은 인턴 558명의 채용을 마쳤다.

하지만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어 공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에 매우 소극적이다. 한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기존 직원도 정리해야 할 판에 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정부 압력으로 따라가곤 있지만 솔직히 예산낭비라는 생각도 든다”고 털어놨다.

반면 인턴제도에 대한 민간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생각은 사뭇 다르다. 한국투자증권 손해원 인사팀장은 “단편적인 정보로 평가하기 쉬운 공채에 비해 인턴은 실질적인 업무능력을 살펴볼 수 있어 현업 부서의 만족도가 높다”며 “인턴 선발과정을 더욱 체계화해서 정규직 채용비율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우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일반 기업은 필요에 따라 인턴을 뽑지만 공기업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형식적으로 참여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실질적 인력 수급을 고려해서 인턴 채용규모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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