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1번 날다람쥐 떴다” “차로 봉쇄 OK”

  • 입력 2009년 4월 8일 02시 58분


서울고속도로㈜ 단속직원들이 7일 오전 상습적으로 요금을 내지 않고 통과하는 이른바 ‘날다람쥐’를 단속하기 위해 톨게이트를 지키고 있다. 이동영 기자
서울고속도로㈜ 단속직원들이 7일 오전 상습적으로 요금을 내지 않고 통과하는 이른바 ‘날다람쥐’를 단속하기 위해 톨게이트를 지키고 있다. 이동영 기자
■ 고속도로 요금 상습미납차량 단속현장

붙잡힌 ‘1번’은 대포차로 1380회 통과 1600만원 미납…“납부하겠다” 각서 쓰고 가

250만원 안낸 ‘2번’은 앞차 바짝 붙어 과속 통과…사고 위험 높아 단속 못해

“비상! 1번 날다람쥐 출현!”

“알았다. 차단조는 차로를 막겠다. 오버.”

7일 오전 8시 경기 양주시 장흥면 삼하리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양주 요금소에서는 상습적으로 요금을 내지 않고 지나가는 차량에 대한 단속이 펼쳐졌다. 서울고속도로㈜ 직원들은 이런 차량들이 워낙 날쌔게 통과하기 때문에 ‘날다람쥐’라는 별명을 붙여 관리하고 있다.

이날 붙잡으려던 날다람쥐는 모두 4대. ‘1번 날다람쥐’는 2007년 11월부터 이날까지 모두 680차례나 요금을 내지 않고 그대로 통과해 왔다. 서류상 차량 소유주가 불분명한 속칭 ‘대포차’라 현장에서 붙잡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 이 같은 단속에 나섰다. 요금소 앞 200m 지점에서 4대의 차종과 차량번호를 기억하고 있는 ‘감시조’가 1번 날다람쥐를 발견하자마자 하이패스 차로를 지키고 있던 차단조에 무전을 취했고 차단조는 순찰차량으로 날다람쥐를 가로막는 데 성공했다.

‘1번 날다람쥐’가 내야 할 금액은 모두 1600만 원. 차주는 30대 후반의 직장인으로 이 구간 외에도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고속도로 구간에서도 700차례나 돈을 내지 않고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현장에서 적발된 탓인지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미납 요금을 모두 내겠다는 각서를 작성하고 돌아갔다. 단속조가 이날 신원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가 만약 밀린 요금을 내지 않으면 재산압류에 들어간다.

1번 날다람쥐를 단속하고 있는 사이 다급한 무전이 날아들었다. “2번 날다람쥐 출현!” 요금을 내지 않고 117회 통과해 250만 원을 미납한 승용차가 나타난 것. 단속조가 정상 차량을 통과시킨 뒤 이 차량을 가로막을 계획이었으나 2번 날다람쥐는 앞차에 바짝 붙어 통과하는 바람에 붙잡는 데 실패했다. 정상 차량이 지나갈 때는 차단봉이 위로 올라가기 때문에 날다람쥐들은 앞차에 바짝 붙어 통과하는 수법을 쓰는 것. 차단봉을 들이받고 통과해도 차량에는 별 피해가 없기 때문에 차단봉이 내려져 있어도 그대로 들이받는 차량도 많다고 한다.

양주요금소 이충모 소장은 “단속도 중요하지만 다른 차량이 사고 나지 않도록 안전에 유의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해서 붙잡지는 않는다”며 “날다람쥐들은 배짱 좋게 정해진 시간대에 운행하고 있어 이 시간대에 맞춰 단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날다람쥐들은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에서 8시, 퇴근시간대인 오후 7시에서 8시 사이에 마음 놓고 하이패스 차로를 지나간다는 것. 이날 단속 대상이었던 4대의 날다람쥐 중 1대만 나타나지 않았고 3대는 정확하게 평소 지나던 시간에 나타났다.

양주영업소에서 50회 이상 요금을 내지 않고 지나간 차량은 모두 150여 대에 이른다. 이 구간이 개통된 2006년 6월부터 그해 말까지는 돈을 내지 않고 지나간 차량이 4만9599대였으나 2007년에는 12만4135대, 지난해에는 19만2342대, 올해는 3월까지만 4만1375대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날 적발된 사례처럼 날다람쥐들은 반듯한 직장을 갖고 있으며 거의 규칙적인 운행 패턴을 보이는 것도 특징이라고 한다. 지난달에는 1500만 원을 체납한 유명 외고 교사가 적발되기도 했다. 요금을 내지 않고 통과하면 2차례까지 미납 요금만 내라는 고지서를 보내지만 그러고도 요금을 내지 않으면 3번째에는 미납 요금의 10배에 해당하는 부가통행료까지 부과한다.

서울고속도로㈜ 곽규옥 상무는 “미납 요금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차에 바짝 붙어 과속으로 통과하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매우 높다”며 “안전을 위해 꾸준히 단속을 펼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동영 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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