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me TOWN]‘파이의 왕’ 박정수군 “나의 수학 비결은…”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4분


한문제를 풀어도

남들과 다르게!

새 방법 찾아내죠

《“원주율 파이(π)는 소수점 이하가 불규칙하게 무한대로 계속 되잖아요. 8자리씩 끊어서 노래하듯 읊으니 며칠 만에 100자리까지 외울 수 있었어요.” 3월 14일 하면 어떤 행사가 떠오르는가? 많은 사람이 ‘화이트 데이’를 떠올리지만, 수학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파이 데이’를 기억할 것이다. 박정수 군(12·서울 선사초 6)은 와이즈만 영재교육이 파이 데이를 기념해 주최한 ‘파이 암기왕 대회’에서 거뜬히 100자리를 외워 수학교구를 상품으로 받았다. ‘수학 도사’라는 별명을 가진 박 군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동교육청 영재교육원 선발시험에서 수학영재 분야 대상자로 뽑혔다. 수학실력뿐 아니라 피아노, 미술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여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고 올해에는 학급 회장을 맡게 됐다. 많은 학생이 싫어하거나 어려워하는 수학. 박 군이 유독 수학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 머릿속에 넣어두기 쉬운 형태를 찾아라

박 군은 어려서부터 숫자 놀이를 좋아했다. 숫자를 여러 개 흩어놓고 그 속에서 규칙을 찾아내는 데 유달리 흥미를 보였다. 그 덕분인지 유치원생들 가운데 구구단을 가장 빨리 외웠고 퍼즐 문제를 곧잘 맞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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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3학년 때 서로 다른 단위의 곱셈을 배우게 된 박 군은 처음으로 수학공부의 벽에 부닥쳤다. 자리수를 맞추어 결과를 얻어내는 곱셈 원리가 도통 이해되지 않았다. 독특한 계산법으로 두 자리 또는 세 자리 수의 곱셈을 빠르게 하는 인도의 수학 계산법을 익히면서 ‘곱셈 도사’로 탈바꿈했다.

수학책을 읽는 방식도 색다르다. 일단 마침표, 느낌표 등 문장 기호가 나올 때까지 눈으로 한번 훑는다. 그 뒤 그 문장의 의미를 생각해보고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다. 완벽히 이해된 다음에야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책을 다 읽으면 중요한 단어들을 엮어서 전체 내용을 다시 머릿속에 집어넣는다. 박 군은 “내용을 이해하지 않고 무턱대고 외우면 금세 잊어버릴 때가 많았다”며 “피아노의 음표도 수학공부 할 때처럼 내 나름의 규칙을 찾아 익히니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라

“수학문제를 풀 때 먼저 머릿속으로 생각해요. 대충 문제의 개념이 잡히면 중요한 부분만 노트에 표시한 뒤 답을 계산해 내는 거죠. 처음부터 연필을 붙잡고 풀다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던데요.”

박 군은 보통 수학문제가 주어지면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곤 한다. 그런 시간이 15∼20분을 넘기는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런 모습을 지켜본 가족은 처음에는 ‘졸고 있는 거 아니냐’고 놀리기도 했다. 하지만 ‘어떻게 문제를 풀어야 할까’를 두고 그의 머리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학문제를 한번 잡으면 해결될 때까지 자리를 떠나는 법도 없었다. 예상보다 문제를 푸는 시간이 길어져 휴식을 취할 때조차 TV 시청이나 컴퓨터 게임 등은 하지 않는다. 그 대신 비슷한 유형의 다른 문제나 한 단계 쉬운 문제를 풀면서 머리를 식히곤 했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서일까.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남들과 달라 학교선생님을 당혹스럽게 만든 일도 있었다. 같은 내용의 문제가 나오더라도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데 익숙했고 어려운 문제의 핵심 개념을 빨리 포착했다.

○ 유사점과 차이점을 이용해 외워라

대부분의 사람은 주변 사물을 보더라도 그냥 흘려보내기 십상이다. 박 군은 달랐다. 길을 가다가도 간판이나 광고조차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가게마다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간판의 모양이 제각각인 이유는?’ ‘과자 광고와 음료 광고의 차이점은?’ 같은 의문점이 생길 때마다 가족이나 주위 사람에게 수시로 질문을 던지곤 했다.

무엇이든 자세히 관찰하는 버릇이 있는 박 군은 유독 2, 3개의 사물이나 현상을 묶어 설명하는 일을 좋아했다. 어느 날 박 군은 TV 광고에 나왔던 보험 상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가족들 앞에서 줄줄이 읊었다.

“제 눈에는 보험 상품이 똑같아 보였어요. 그런데 광고를 다르게 하니까 서로 다른 요소가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차이점을 알아가는 과정이 재밌었고 외우기도 훨씬 쉬웠어요.”

수학공부를 할 때도 이 방법을 사용했다. 비슷한 문제가 있으면 내용을 조목조목 나눠 유사점과 차이점을 분류했다. 내용을 이해하는 속도가 빨라졌고 비슷비슷해 헷갈리는 문제를 틀리는 일도 거의 없었다.

○ 그림, 도표를 활용해 시각화 능력을 길러라

박 군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호기심 대상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뭔가를 그려내곤 한다. 책을 읽으면서, 엄마와 얘기를 나누면서, TV를 보면서 ‘어떻게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을지’를 끊임없이 생각한다.

“한 번은 거북선을 다룬 TV 프로그램을 보던 아이가 대뜸 정지화면 버튼을 누르는 거예요.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니 종이를 가져와 거북선을 따라 그리더라고요.”(박 군 어머니)

외관은 대충 비슷하게 그렸지만 거북선 내부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어떻게 내부를 그릴까’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하던 박 군은 꽤 그럴 듯한 거북선 그림을 완성했다. 눈에 안 보여 그리기 힘든 부분은 책에서 읽었거나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동원해 채워 갔다.

수학공부를 할 때도 ‘이 문제에서 그림이나 도표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를 먼저 고민한다. 박 군은 “기호나 도표로 정리하면 연관된 다른 내용과 비교해 그 특성을 쉽게 찾아 오래 기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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