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의혹 靑행정관’ 연락두절

  • 입력 2009년 4월 1일 02시 59분


동석자 수사 백지화… 경찰 소극대응 논란

일각선 “경쟁 업체가 술자리 제보 가능성”

사업자로부터 룸살롱에서 향응을 받은 뒤 룸살롱 여종업원과 모텔에 있다 적발된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 소속 김모 전 행정관(43)이 31일 예정됐던 경찰 재소환에 불응하고 행적을 감추면서 성매매 사건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서울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김 전 행정관은 지난달 30일 “내일 오전 경찰서로 나와 조사를 받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연락이 끊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31일 “통화도 되지 않고 행방을 알 수 없어 조사를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행정관은 지난달 25일 전 청와대 방송통신비서관실 소속 장모 행정관,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모 뉴미디어과장, 종합유선방송사업자 티브로드의 M 팀장과 서울 신촌 D룸살롱에서 만난 후 D룸살롱 여종업원과 인근 G모텔에서 2차(성매매)를 시도하다 경찰에 단속됐다. 이 과정에서 2차 비용을 M 팀장이 지불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로비성 성상납’ 의혹이 불거졌다.

이에 경찰은 이날 오후 문제의 D룸살롱을 압수수색하고 증거 수집에 나섰다. 경찰은 신용카드 단말기 전표 등을 토대로 사건 당일 술값은 누가 지불했으며 2차(성매매) 비용이 포함됐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하지만 성매매 사건 전말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가장 큰 의문점은 지난달 25일 경찰의 단속 과정이 평소와 달랐다는 점. 경찰은 “사건 당일이 정기적인 성매매 단속 기간이며 G모텔에서 성매매가 많다는 첩보를 입수해 잠복 중 우연히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많은 모텔과 유흥업소가 있는 신촌 일대에서 성매매 용의자 2명이 검거됐는데 그중 한 명이 청와대 행정관이라는 점은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경찰이 무언가 알고 추적했다, 종합편성 채널을 하려는 티브로드를 막기 위해 다른 방송사업자들이 제보했다는 이야기 등이 업계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사건 당일 M 팀장이 지불한 D룸살롱 술값도 당초 티브로드가 밝힌 80만 원이 아니라 180만 원으로 늘어난 점도 의문이다. 티브로드 관계자는 “M 팀장이 ‘D룸살롱에서 80여만 원을 사용했다’고 말했지만 카드전표를 확인해 보니 180만 원이 결제됐다”며 “이유를 추궁하자 M 팀장은 ‘술값은 80여만 원이 맞다. 100만 원은 이전에 결제 못한 외상 값’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D룸살롱 수준의 일대 유흥업소의 경우 양주 2병, 안주, 도우미 여성 4명 비용은 대략 100여만 원, 2차(성매매)는 한 사람당 30여만 원이다.

경찰의 늑장 대응도 의문스럽다. 김 전 행정관이 31일 소환에 불응하고 사실상 잠적을 했는데도 경찰은 “전화를 안 받아 수사를 못하고 있다”고 하는 등 소재 파악에 소극적이다. 이날 압수수색도 사건 발생 6일 만에 이뤄졌다.

경찰은 장 전 행정관, 신 과장 등에 대한 수사도 백지화했다. 경찰은 30일 “혐의점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도 추후 조사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31일에는 입장을 바꿔 “이들은 성매매 혐의가 없기 때문에 조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D룸살롱이 위치한 건물 관리인은 “(김 전 행정관 일행이) 여종업원들과 (2차를) 나갔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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