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이어 경찰간부 - 판검사까지… 朴씨 ‘검은 인맥’ 줄줄이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9분


이곳이 朴씨 ‘검은돈’ 정거장?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만 달러를 받은 장소로 추정되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국음식점 ‘강서회관’. 검찰은 서 의원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수차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뉴욕=정연욱 기자
이곳이 朴씨 ‘검은돈’ 정거장? 서갑원 민주당 의원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수만 달러를 받은 장소로 추정되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한국음식점 ‘강서회관’. 검찰은 서 의원이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곳에서 수차례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뉴욕=정연욱 기자
朴씨, 지역간부들 수시로 만나 뭉칫돈으로 관리

“첫 인사때 5000만~1억원 주는 건 기본” 소문

박연차 태광그룹 회장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은 물론 판검사와 경찰 간부들도 꾸준히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에서는 지방에 근무하는 현직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검찰에서는 검사장급 1명과 부장검사 1명이 ‘박연차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은 정치권을 넘어서서 법조계로까지 번질 것으로 보인다.

경찰 간부의 경우 전직 경찰 최고위급 간부는 물론 박 회장의 사업장이 있는 경남과 부산 지역을 거친 전현직 경찰 고위 간부 가운데 박 회장의 돈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일부 경찰 고위 간부는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두터웠던 박 회장을 만나 인사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큰 씀씀이로 유명=전직 경찰 최고위급 간부가 ‘박연차 리스트’에 올랐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검찰과 경찰 안팎에서 흘러나왔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해 7∼11월 태광그룹 계열사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마친 뒤 박 회장의 로비 대상자 리스트를 작성했는데 그 안에 전직 최고위급 간부 2명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경찰 간부는 이 두 사람뿐만 아니라 부산 경남 지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치안감급 1명, 경무관급 1명의 실명도 거론되고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박 회장은 부산, 경남에 경찰 간부가 부임하면 첫 인사 때 5000만∼1억 원을 기본으로 건네는 것으로 유명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박 회장 돈은 받아도 탈이 없다’는 평판 때문에 많은 경찰 간부가 박 회장의 돈을 받은 것으로 안다”며 “부산, 경남 지역 간부들이 초도순시 기간마다 밤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 씨나 박 회장을 만나 접대를 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는 박 회장이 경무관급 간부와 경찰서장을 조직적으로 관리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한 경찰 간부는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경찰 창설 이래 최대 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서 수시로 드나들어=박 회장은 중·하위직 경찰 간부들도 폭넓게 관리했다. 박 회장은 일선 경찰서 간부들에게까지 1년에 한두 번씩 밥을 샀으며, 일부 간부에게는 상당한 액수의 ‘용돈’까지 쥐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이렇게 쌓은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경찰서를 자기 집처럼 드나들었다. 경남 지역의 한 경찰서에 근무했던 경찰 간부는 “박 회장이 밤중에 경찰서 당직실로 찾아와 근무자에게 ‘술 한잔 하자’고 우기는 바람에 당황한 근무자가 서장에게 연락을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경찰 간부는 노무현 정부 시절 노건평 씨 등 정권 실세들과 가까운 박 회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줄을 댔다는 이야기도 경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한편 검찰은 법원과 검찰 및 경찰의 ‘박연차 리스트’ 연루자에 대한 수사시기를 고심하고 있다. 당장 정치권 수사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본격 수사는 4월 중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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