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열씨, 부동산업자에 거액받은 혐의”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9분


검찰 “K사서 쇼핑백에 담긴 1억3000만원 받아”

인허가 결정권 공무원 만나… 사전영장 재청구

최씨측 “인허가 개입 안해”

최열 환경재단 대표(사진)가 정부에서 환경파괴 우려를 이유로 반대하는 사업의 인·허가 과정에 적극 개입하고 그 대가로 부동산 개발업자에게서 거액을 받은 혐의가 검찰 수사에서 포착됐다.

검찰 조사 결과 최 씨는 자신이 대기업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받은 보수로 출연하겠다고 한 장학기금도 실제로는 환경재단 후원금을 횡령해 조성하는 등 환경재단과 환경운동연합의 공금을 자신의 주머닛돈 쓰듯 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실에서 현금 쇼핑백 받아=검찰에 따르면 최 씨는 2007년 환경재단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부동산 개발업체 K사 임원 오모 씨에게서 2차례에 걸쳐 쇼핑백에 담긴 현금 1억30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K사가 추진하고 있던 경기 남양주 지역의 친환경사업단지 조성사업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단지 내 아파트 용지의 비율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명목이었다.

이후 최 씨는 K사 관계자들과 함께 직접 사업 인·허가 결정권을 쥔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러 다녔다.

K사의 친환경단지 사업은 원래 한강유역사업환경청이 “사업 예정용지 대부분이 녹지이고 상수원과 가까워 환경 파괴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했던 사업이다.

하지만 이 사업은 K사가 2004년 최 씨의 오랜 지인인 이모 씨(수감 중)를 회사 지분을 무상 제공하는 조건으로 스카우트한 뒤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이 씨는 환경부의 반대를 물리치는 과정에서 최 씨와 환경운동연합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했다고 한다.

▽횡령 후원금으로 장학기금 조성=최 씨는 2000년 기아자동차와 삼성SDI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면서 매달 수백만 원씩의 보수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환경운동 진영 안팎에서 비판을 받자 자신이 받은 보수 가운데 7000만 원을 장학기금으로 내놓겠다고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최 씨가 내놓은 돈은 한 기업체가 환경재단에 내놓은 후원금이었다. 환경재단의 공금을 자신의 돈인 것처럼 생색을 낸 것. 최 씨는 문제가 된 돈에 대해 “환경센터를 설립하면서 환경재단에 빌려줬던 개인 돈을 다시 돌려받은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최 씨는 이후 주변의 관심이 줄어들자 그렇게 내놓은 장학기금 대부분을 다시 빼돌려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최 씨는 한 기업체 관련 장학재단이 시민단체 상근자에게 지급하라며 준 장학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김기동)는 25일 환경련과 환경재단의 공금 2억여 원을 빼돌리고 공무원에 대한 로비 명목으로 돈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최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최 씨 측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친환경산업단지 조성사업의 취지가 좋다고 판단해 도움을 준 적은 있지만, 사업 인·허가 과정에는 개입한 사실이 절대로 없다”고 부인했다.

최 씨 측은 쇼핑백으로 거액의 현금을 받은 데 대해서도 “빌린 돈이다. 오 씨가 현금으로 돈을 가져와서 놀랐지만 빌리는 처지에서 뭐라고 하기가 어려웠다”며 “차용증을 쓴 뒤 공증을 하자고 했지만 오 씨가 ‘우리 사이에 그럴 필요가 있느냐’고 해 공증을 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전성철 기자 daw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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