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회개…안산세무서 “딱딱-뻣뻣한 민원실 바꾸자”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카페를 연상시키는 안산세무서 민원봉사실의 분위기는 늘 밝고 활기차다. 4일 상담을 끝낸 세무서 여직원이 민원인에게 밝은 표정으로 서류를 건네고 있다. 안산=이성호 기자
카페를 연상시키는 안산세무서 민원봉사실의 분위기는 늘 밝고 활기차다. 4일 상담을 끝낸 세무서 여직원이 민원인에게 밝은 표정으로 서류를 건네고 있다. 안산=이성호 기자
창구 높이 낮추고 茶대접, 사무기기 제공

전국 조직평가 ‘만년 꼴찌’서 올해 1위로

꽃 모양의 푹신한 소파와 은은한 향기의 허브 화분, 그리고 잔잔한 클래식 음악까지….

은행이나 증권사의 VIP 객장 모습이 아니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에 있는 안산세무서 민원봉사실 풍경이다.

한쪽 벽에는 대형 벽걸이TV가 걸려있고 휴대전화 충전기와 민원인용 컴퓨터, 복사기, 팩스까지 마련돼 있다. 무엇보다 민원창구의 높이가 1m 정도로 낮아져 민원인들이 의자에 앉아 편하게 일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세심한 민원 혁신에 힘입어 안산세무서는 3일 국세청이 전국 107개 세무서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직평가에서 1등을 차지했다.

안산세무서는 그동안 1등은 고사하고 단 한 번도 상위권에 포함된 적이 없는 ‘만년 꼴찌’였다. 하지만 이번에 납세자 신뢰도, 만족도, 청렴도, 과세불량률 등 70개 평가항목에서 고르게 점수를 얻으면서 100점 만점에 98점을 기록하며 완벽한 1등을 차지했다.

○ 100여 곳 다니며 벤치마킹

지은 지 20년 된 안산세무서는 건물 곳곳이 이미 낡을 대로 낡았고 공간도 비좁았다.

연간 세수 규모도 6500억 원에 불과하다. 수조 원이 넘는 서울 남대문이나 영등포세무서와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시설 개선을 위한 예산 투입은 상상도 하기 힘들었다.

지난해 4월 부임한 윤우진 서장(55)은 고민에 빠졌다. 한정된 예산으로 낡은 건물을 고치거나 확장하기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고민을 거듭하던 윤 서장은 민원실 개선을 위해 직원들과 함께 ‘6인 위원회’를 구성했다. 이들은 한 달간 서울과 안산지역의 은행과 공공기관, 기업체 등 100여 곳의 민원실을 다니며 장점을 벤치마킹했다.

180m²의 한정된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왔다.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원형 소파가 대표적인 사례. 빠른 민원과 시간이 걸리는 민원을 분리해 대기번호표를 받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약 두 달간의 준비 끝에 지난해 6월 중순 카페 같은 민원실이 탄생했다. 보수공사에는 3000만 원의 예산만 썼다.

사업자 등록 문제로 이곳을 찾은 이유경 씨(40·여)는 “가끔 이곳에 오는데 처음에는 은행에 들어온 것으로 착각했다”며 “다른 관공서보다 훨씬 편하게 일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 ‘스킨십’ 행정으로 직원 동참 이끌어

윤 서장은 시설을 고친 뒤 직원들의 의식 개혁에도 앞장섰다.

직원들의 대민 봉사의식과 책임감을 높이기 위해 윤 서장은 부임 이후 아예 개인적인 점심 약속은 하지 않고 직원들과 점심을 늘 함께하며 개인의 애로사항은 물론 가정의 대소사까지 챙겼다.

200명이 넘는 직원의 이름을 모두 외워서 복도에서 마주칠 때도 반드시 이름을 불렀다. 서장의 얼굴만 봐도 표정이 굳어지던 직원들이 이제는 먼저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건넬 정도로 바뀌었다.

사무실 분위기가 밝아지면서 민원인을 대하는 직원들의 표정도 당연히 자연스러워졌다.

맞벌이 부부 등을 위해 민원실을 오후 8시까지 열도록 했지만 직원들은 한마디 불평 없이 동참했다.

오히려 민원실장은 하루 종일 서서 민원인을 맞을 정도로 일에 매달렸다. 직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전국 세무서 가운데 조직평가 1위에 오른 보상으로 안산세무서의 직원들은 지난달 정기인사에서 72명의 전출자 대부분이 자신이 희망한 지역의 세무서로 옮길 수 있었다.

윤 서장은 “직원들과 부대끼면서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며 “1등 세무서의 영광은 밤을 새워가며 아이디어를 고민한 직원들과 안산지역의 납세자 덕택”이라며 공을 돌렸다.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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