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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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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타박상 입힌 운전자도 재판받게 되나
활동할 수 있거나 조기회복 가능 피해는 기소 안될 듯
Q. 차량 접촉 사고 등으로 가벼운 타박상 정도의 피해를 준 운전자도 형사처벌을 받나.
A.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이날 헌재 결정은 중과실에 따른 중상해를 입힌 피의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취지다.
일반적으로 사고를 당한 이후에도 피해자가 즉시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거나 이른 시일 안에 회복이 가능한 피해는 중상해로 보지 않기 때문에 해당 사건 가해자는 지금까지와 같이 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다. 헌재는 이날 중과실 중상해 교통사고 면책 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경미한 교통사고 피의자에 대해서는 형사책임을 묻지 않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고도 밝혔다.
Q. 교특법 등에 규정된 ‘중상해’는 과연 얼마나 다친 것을 말하나.
A. 교특법과 형법은 피해자의 생명에 위험이 생긴 경우, 불구 또는 난치의 상태에 이를 정도로 다친 경우를 중상해로 규정하고 있다. 실제 법원의 교통사고 재판을 보면 식물인간, 뇌손상, 실명, 심각한 장기 파손, 팔다리 절단 등을 중상해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사건 헌법소원을 제기한 조모 씨는 뇌손상으로 안면마비, 외상성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었고 대학 공부까지 그만둬야 했다.
하지만 법원도 중상해를 가늠하는 객관적이고 공개할 수 있는 기준을 갖고 있지 않다. 구체적인 사건이 생기면 수사와 재판을 통해 가려야 한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조속한 시일 안에 법을 개정하면서 중상해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규정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헌재 결정이후 중상해 가해자 처벌은
법정형은 5년이하 금고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
Q. 중상해를 입힌 가해자와 피해자 측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가해자가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나.
A.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중과실 중상해 교통사고 가해자는 기본적으로는 형사처벌 대상이 됐다. 그러나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를 한 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힐 경우 검사는 가해자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된다.
Q. 헌재 결정 이후 교통사고 중과실 중상해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은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되나.
A. 모든 교통사고 사건과 마찬가지로 사건마다 피고인의 과실 정도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과실 정도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양형을 예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른 교통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법정형이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교특법 위반 사건 피고인이 법정형 상한선에 따라 양형이 결정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법조인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뺑소니-과속-음주운전도 기소되나
종합보험 가입-피해자 합의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
Q. 과속이나 음주운전을 한 운전자도 이날부터 기소되나.
A. 과속, 음주운전 등을 범한 피의자는 이날 헌재 결정과 무관하게 예전부터 형사처벌 대상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종합보험 가입 여부, 피해자와의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특례법 3조 2항은 △신호·지시 위반 △중앙선 침범, 불법 횡단·유턴 △과속(제한속도보다 시속 20km 초과) △앞지르기 위반 △건널목 통과 규정 위반 △건널목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무면허 운전 △음주·약물 운전 △인도 침범 △승객 추락 방지 위반 등 10가지와 뺑소니의 경우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어린이 보호구역 위반은 경과규정을 둬서 아직 처벌 대상이 아니다. 또한 3조 2항은 뺑소니를 저지른 경우나 피해자를 다른 장소로 옮긴 경우도 형사처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동차 종합보험 가입할 필요 없어지나
외제차와 충돌 등 거액 드는 사고 대비해 드는 게 안전
Q. 앞으로 자동차 종합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나.
A. 아니다. 여전히 종합보험은 의무보험에 비해 보상 범위가 넓다. 의무보험은 다른 사람의 상해나 다른 차의 손상에 대해서만 보상해준다. 특히 다른 차의 손상에 대해 보상해주는 금액이 최고 1000만 원으로 제한돼 있다. 외제 차와의 충돌 등 차량 손상을 복구하는 데 돈이 많이 드는 사고에 충분히 대비하려면 종합보험에 드는 것이 안전하다.
중상해 교통사고 냈을 때 보험서 도움 못받나
피해자 치료비-보상금 등 종합보험서 종전처럼 지급
Q. 중상해 교통사고를 냈을 때 보험에서 아무런 도움도 못 받게 되는 것인가.
A. 아니다. 피해자에 대한 치료비와 위자료, 상실수입보상금 등 기존 종합보험에서 지원해 온 상해사고에 따른 비용은 그대로 받을 수 있다.
Q. 그러면 앞으로 자동차보험상품의 내용이 바뀌나.
A. 보험 상품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자동차보험은 민사상 배상책임 부분에 대해 보장하는 상품인데 이번 헌재 결정은 형사상 처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기존 종합보험 가입자에게 10대 중과실을 제외한 교통사고에 대해 형사 처벌을 면제해준 것은 특례법 4조의 규정에 근거한 것이지 보험 상품의 약관을 따른 것이 아니다.
운전자가 인명사고 냈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형사처벌 받을 가능성… 보험사보다 경찰에 신고해야
Q. 이제 운전자가 인명사고를 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A. 지금까지는 사고가 났을 때 경찰서보다는 보험사로 바로 연락해서 잘잘못을 따지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는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경찰에 연락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고가 나면 바로 경찰에 신고해 객관적으로 운전자가 어느 정도의 과실이 있는지 경찰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또 벌금이나 변호사 비용 등이 지급되는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경우의 금전적 손실을 일부분 보장받을 수 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 헌재 위헌 결정 배경
교통사고 피해자 평등권 침해 판단
대학생이던 조모 씨는 2004년 9월 이모 씨가 운전하던 승용차에 부딪혀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다. 뇌를 크게 다친 조 씨는 학업마저 중단했다.
그러나 검찰은 가해자인 이 씨에 대해 기소하지 않았다. 종합보험에 가입한 운전자는 10개의 과실이 아닌 한 중상해 교통사고를 내도 형사처벌을 할 수 없다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조항 때문이었다.
이 조항은 보험 가입자에게 혜택을 줘 무보험 차량의 양산을 막으려는 취지로 1981년 12월에 만들어졌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26일 이 조항에 대해 위헌결정을 내림에 따라 대형 사고 후 보험에 의지해 책임을 피해 온 관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나 불구로 살아야 할 경우 사망사고보다 불법성이 결코 적지 않기 때문에 면책조항을 그대로 두면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