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인천 혜광학교 시각장애학생 59명 스키캠프 가던 날

  • 입력 2009년 2월 17일 07시 25분


스키 타고… 도전정신 배우고…

“세상을 향한 꿈 키워올래요”

16일 오전 8시 10분경 특수학교인 혜광학교(인천 부평구 십정동) 운동장에서 시각장애 중고교생 59명을 태운 관광버스 2대가 전북 무주의 무주리조트로 떠났다.

학생들의 스키 연습과 레크리에이션을 지도할 교사와 교직원 22명도 관광버스에 함께 올랐다.

5년 전 시작된 ‘스키 캠프’는 그동안 희망자에 한해 이뤄졌지만, 올해엔 중고교 전교생이 참가해 캠프 규모가 커졌다. 인근 한길안과에서 1000만 원을 지원해줘 캠프비용이 많이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참가자 가운데 졸업을 앞둔 고3 박호종 군(18)은 지난해 2월 전국 장애인동계체전 스키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선수. 시력장애 3급인 박 군은 고교 1학년 때부터 스키 캠프를 거르지 않고 참가해왔다.

그는 “기본자세에서 벗어나 중급과 고급 코스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오는 순간 자신감이 생겼다”며 “다른 장애인들도 운동을 통해 자기 한계를 뛰어넘도록 도와주기 위해 장애인 체육지도사가 되려 한다”고 말했다.

스키 캠프를 다녀온 학생들은 박 군처럼 강한 도전의식을 보여주곤 한다.

캠프 첫날엔 겁을 먹고 스키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지만 강습이 진행되면서 홀로 걷기 시작한다고 한다. 나중엔 참가 학생 대부분이 붙잡았던 밧줄을 놓고 신나게 하강한다.

스키 타기가 끝나면 저녁 시간에 레크리에이션을 겸한 평가회를 갖는다. 이 자리에서 학생들은 “그동안 포기한 일이 많았는데, 스키를 타고 보니까 미지의 세계에도 도전하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놓는다는 것.

스키 캠프는 이 학교가 방학 때마다 전남 소록도 한센인촌에서 실시하는 자원봉사 덕분에 시작됐다. 학생들은 매년 교과시간에 배운 안마와 지압을 환자들에게 직접 해주고, 말벗도 돼주며 청소활동도 한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인천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름엔 등산, 겨울엔 스키를 잠시 즐겼던 것.

앞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이 스키를 통해 의외의 효과를 거두자 올해부터 스키 캠프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입했다. 이 캠프는 이 학교의 초등 및 유치원 과정 학생에게도 확대할 예정이다.

혜광학교 명선목 교장은 “스키 캠프를 통해 키운 꿈을 세상 밖에서 활짝 피우고 어려운 이웃과도 나눌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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