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했다, 앞으로 잘해보자” 어제 오전까지 간부들 격려

金내정자, 수사발표 직후까지도 사퇴 생각 안한 듯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9일 검찰의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서울지방경찰청 인근 식당에서 경찰 간부들과 점심 식사를 함께 했다.

지난달 20일 ‘용산 참사’가 일어난 뒤 줄곧 서울경찰청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오던 김 내정자로서는 모처럼의 외부 식사였다.

11일자로 교육에 들어가는 이송범 서울경찰청 경비부장을 환송하는 자리였지만, 주된 화제는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였다고 한다.

김 내정자는 이 자리에서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앞으로 잘해 보자”며 부하직원들을 격려했다고 한다.

그는 이어 “내가 물러나서 불법과 폭력이 없어진다면 물러나지 못할 이유도 없지만 내가 물러난다고 해서 그게 없어지겠느냐”는 취지의 말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참석한 한 경찰 간부는 “경찰의 잘못은 없었다는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때문인지 표정이 무척 밝았다”며 “자진 사퇴할 줄은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들어 기류는 급변했다.

김 내정자는 이날 오후 7시 반경으로 예정돼 있던 서울경찰청 간부들과의 저녁 식사를 30여 분 전에 갑자기 취소했다. 외부로 나간 김 청장은 오후 8시경 서울경찰청 일부 간부들에게 10일 오전 기자회견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

김 내정자는 용산 참사 이후 경찰 간부들에게 물러나는 건 어렵지 않지만 자신의 사퇴가 경찰 조직과 경찰관들의 사기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해 왔다.

실제로 김 내정자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전국의 경찰관들이 하루에 수백 통의 e메일을 보내온다”며 “흔들리지 말고 경찰을 지켜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이 경찰을 지켜주어야 한다. 국민이 경찰을 지켜주지 않으면 경찰이 국민을 보호해 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내정자는 시위 진압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김남훈 경사의 순직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안타까운 심경을 표시했다. 그는 “김 경사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사지(死地)로 뛰어들었다”며 “김 경사의 죽음을 시위대의 죽음과 같이 취급한다면 앞으로 어떤 경찰이 국민이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몸을 던지겠느냐”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10일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와 함께 이 같은 자신의 소신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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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이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