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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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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지난 세기 구태정치”… 보수단체도 맞불 시위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당이 시민단체들과 함께 서울 도심에서 용산 철거민 참사 추모와 정부 규탄 장외집회를 잇달아 개최했다.
▽야당 지도부 대거 참석=민주당 등 4개 야당과 민생민주국민회의를 주축으로 한 시민단체들은 1일 오후 3시부터 서울 청계광장에서 3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폭력 살인진압 규탄 및 MB악법 저지를 위한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국민께 드리는 글’을 통해 “억울한 희생자를 두 번 죽이며 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지지 않는 정권과 한나라당은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오늘 모인 단체들은 MB악법을 막기 위한 범국민적 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정세균, 민주노동당 강기갑, 진보신당 심상정 대표 등 3개 야당 대표도 참석했다.
정 대표는 “대통령은 사과하지 않고, 장관은 외면하고,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는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다”며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MB악법을 저지하기 위해 우리는 여기에 모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추모굿, 노래 공연, 유족 대표 및 시민단체 관계자 발언 등으로 3시간 반가량 행사를 진행한 뒤 명동성당까지 가두 행진을 벌였다.
유족들은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을 들고 앞장섰고, 각 당 대표 등 200여 명은 인도를 통해 명동성당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는 오후 7시경부터 한 시간가량 소공동 롯데백화점 앞 사거리 도로를 완전히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면서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는 경찰버스의 창문을 향해 벽돌을 던졌고, 쇠파이프로 버스를 내려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경 2명이 다치고 시위자 1명도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다.
전날인 지난달 31일엔 8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이명박 정권 용산철거민 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오후 4시부터 청계광장 옆 도로에서 21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가운데 집회를 열었다. 이날도 롯데백화점 앞 도로 일부를 점거한 채 경찰과 대치했고, 경찰 차량을 훼손하기도 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5명을 연행했다.
한편 1일 추모집회가 열린 청계광장 주변에서는 보수단체들의 맞불 집회도 이어졌다. 라이트코리아, 자유수호국민운동 등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은 청계광장과 인접한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서, 재향군인회와 인터넷 카페 ‘노노데모’ 회원 등 70여 명은 세종로사거리 동화면세점 앞에서 야당 등이 주최한 집회의 부당성을 알리는 집회를 열었다.
▽한나라-민주당 공방=당초 1만 명 참여를 독려했던 민주당은 “추운 날씨에 3000명 정도가 오면 성공일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규탄대회가 무난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최재성 대변인은 “날씨가 좋아서 생각보다 괜찮게 왔다”고 했고 한 3선 의원은 “오늘 날씨는 겨울 투쟁의 크리스마스 선물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보다는 참석 인원이 많지 않아 향후 장외집회가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당의 한 관계자는 “적어도 1만 명은 나와서 세를 과시해야 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정 대표는 지난주 서울 지역 48개 위원장 대부분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이날 대회 참여율을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또 함께 대회를 치르는 시민사회단체에 5000명 참석을 독려한다는 계획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1일 논평에서 “일부 야당이 국회에 앞서 장외투장부터 선동하는 것은 국민배신, 국회부정 행위”라며 “제1야당이 국회 밖으로 나가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행동은 지난 세기의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도 이날 TV 시사프로그램에서 “시민단체와 좌파연대를 만들고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