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례 화재로 보험금 5억5000만원 받아가

  • 입력 2009년 1월 28일 20시 18분


군포 살해피의자 트럭서 여성 머리카락-식칼 나와

경기 군포시 여대생 살해사건의 피의자 강모(39) 씨가 3년여 전 화재로 사망한 네 번째 부인 명의의 보험을 통해 총 4억80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2005년 10월 발생한 화재로 부인과 장모가 숨진 뒤 2007년 5월까지 3개 보험사의 4개 보험상품을 통해 총 4억8000만 원을 강 씨가 수령했다고 28일 밝혔다.

특히 강 씨는 화재 발생 5일 전인 2005년 10월 25일 네 번째 부인과 혼인신고를 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강 씨와 숨진 부인은 2002년부터 동거하다가 뒤늦게 혼인신고를 한 것이다.

강 씨와 부인은 혼인신고 직전인 10월 17일과 24일 함께 보험대리점에 가서 부인 이름으로 종합보험과 운전자상해보험에 가입했다. 나머지 보험 2건은 1, 2년 전 가입된 것이다.

이밖에 강 씨는 자신의 덤프트럭과 상가에서 난 화재로 두 번에 걸쳐 7000만 원의 보험금을 받는 등 화재 발생으로 인한 보험금을 잇달아 수령했다.

경찰은 네 번째 부인과 장모가 숨졌던 화재가 보험금을 노린 방화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화재 원인 등을 규명하기 위한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다.

▽증거 인멸 의혹=경찰은 강 씨가 경찰에 검거되기 직전 자신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맷하는 등 수차례에 걸쳐 컴퓨터 데이터를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컴퓨터 시스템의 시간을 인위적으로 바꾼 것도 추가로 밝혀냈다.

경찰은 강 씨가 고의적으로 컴퓨터에 담겨있는 정보를 삭제하는 등 의도적으로 범행 관련 기록을 은폐하려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컴퓨터 분석 결과 음란물은 있었지만 이용한 시간대가 주로 아이들이 있을 때여서 실제 강 씨가 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범죄 집중 수사=경찰은 수원시 권선구 당수동 강 씨의 축사에서 사용하는 트럭에서 여성의 것으로 보이는 15~20㎝ 길이의 머리카락 3점과 식칼을 발견했다.

앞서 경찰은 강 씨 검거 직후 축사 옆 농가주택에서 이번 범행에 사용된 곡괭이와 토치(불을 붙이는 도구)를 찾아냈다.

경찰은 이에 따라 28일 하루 동안 농가주택에 대한 정밀감식을 벌여 라면, 옷가지 등 20여 점의 증거물을 추가로 확보해 분석에 들어갔다.

100㎡ 크기의 농가주택은 지어진 지 20여 년 이상 지난 것으로 사실상 폐가나 다름없는 상태다. 주택 안에는 각종 공구와 폐가전제품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으며 강 씨는 일주일에 2, 3차례 씩 에쿠스 등을 몰고 이곳을 찾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을 주민 김모(70) 씨는 "축사 규모에 비해 너무 비싼 차를 몰고 다니는 점이 이상해 몇 번 물어봤지만 강 씨는 별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축사와 농가주택은 경기 서남부 연쇄실종 가운데 2007년 1월 여대생 연모 씨가 사라진 수원시 금곡동과 1.5㎞ 정도 떨어져 있다.

▽강 씨 형 "국민께 사죄"=피의자 강 씨의 형(45)은 28일 오후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유족과 국민들에게 죄송하다는 말 밖에 달리 드릴 말씀이 없다"며 사죄의 뜻을 밝혔다.

강 씨의 형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지금이라도 유족 앞에 달려가 멍석말이라도 당하고 싶다"며 "동생이 저지른 끔찍한 일에 대해서는 죗값을 치러야 할 것이다. 사형이 내려져도 할 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생이 그런 일을 했으리라고는 전혀 눈치를 못챘다"며 "젊은 나이에 가정을 못 꾸리고 여러 여자를 만나면서 정신이 많이 황폐해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A(21) 씨의 장례식은 이날 오전 경기 군포시 원광대 산본병원 장례식장에서 유족과 친구 등 50여 명이 오열하는 가운데 치러졌다.

안산=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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