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전철련 의장 집 압수수색

  • 입력 2009년 1월 28일 02시 59분


■ 용산 철거민 참사 수사

‘진압과정 적절했나’ 경찰 간부들도 재소환 조사

‘火因은 화염병’ 잠정 결론… 발화지점은 못 찾아

사고현장 인근 경찰버스 방화추정 화재로 전소

서울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수사본부(본부장 정병두 1차장)는 27일 진압 과정의 지휘선상에 있었던 김수정 서울지방경찰청 차장 등 경찰 간부들을 다시 불러 조사했다.

또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전철련) 의장의 경기 안성시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이번 참사의 배경이 된 점거농성에 전철련이 어느 정도 개입했는지 물증 확보에 나섰다.

▽검찰 수사 더뎌=검찰은 이날 수사팀 검사 전원이 참석한 회의를 열어 그동안의 수사 결과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으나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번 수사의 큰 갈래인 △화재 원인 △전철련 개입 정도 △경찰 진압 과정의 문제점 등을 판단하기 전에 추가로 확인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검찰은 화염병이 화재의 원인이라는 잠정 결론을 내렸지만 정확한 화재 원인을 밝히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장 감식 결과 최초 발화 지점을 확인하는 것이 불가능한 데다 화재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과 시위대의 진술이 조금씩 엇갈리기 때문이다.

검찰은 경찰의 진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밝히기 위해 설 연휴 동안 경찰 고위 간부들을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진압 과정에서 무전을 통해 이뤄진 현장지휘의 총책임자는 김수정 서울경찰청 차장으로 확인됐지만, 김석기 서울경찰청장이 현장 상황에 대해 어떻게 보고받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은 경찰 진압 과정의 재량권을 어느 선까지 인정해야 하는지의 ‘판단’ 문제가 경찰 지휘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청장의 소환 여부도 이와 맞물려 있다. 경찰 수뇌부의 진압 과정 지휘가 적절했다면 소환할 필요가 없지만 지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소환해 책임 유무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

민주당 김유정 의원이 경찰의 일부 무전교신 내용을 토대로 제기한 경찰의 철거용역업체 직원 동원 의혹에 대해선 사건 당시 무전교신 내용 전문을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또 철거 용역업체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동원 사실이 있는지 확인했다. 검찰은 “진압작전이 끝난 뒤에 용역업체 직원들이 건물 각 층 간의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 진입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남 전철련 의장을 형사처벌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그가 점거농성 계획과 실행 과정에 핵심 역할을 했다는 철거민 등의 구체적인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 씨가 순천향병원에 마련된 농성 사망자 분향소에 있는 것으로 파악돼 섣불리 검거에 나서지는 못하고 있다. 유가족 등과의 또 다른 물리적 충돌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검찰은 남 씨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 전철련의 조직적 개입 여부나 시위 지원 대가 수수 여부 등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그러나 병원에 입원 중인 용산 4구역 철거민대책위원회 이모 위원장은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조사에 응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참사 현장 전경버스 전소=24일 오전 2시 50분경에는 사건현장 인근에 주차해 놓은 전경버스에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버스가 전소되고 주변 상가 일부가 불에 탔다. 인명 피해는 없었다.

경찰은 화재 당시 주변을 지키고 있던 전투경찰과 행인들로부터 “천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온 남자 5∼7명이 버스 타이어에 불을 붙였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용의자를 찾고 있다. 특히 “전철련이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남자들이 불을 지르고 도망쳤다”는 일부 전경의 진술에 따라 전철련의 방화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현장을 목격했다는 박승흡 민주노동당 대변인은 “평범한 옷차림의 술 취한 남자 7, 8명이 전경과 실랑이를 벌인 뒤 버스에 불을 붙였지만 전철련 조끼는 입고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박장규 용산구청장이 이번 참사 발생 직후인 20일 오전 용산구 보광동 주민센터에서 한강로 개발계획을 설명하면서 “이 세입자들은 세입자들이 아니에요. 전국을 쫓아다니면서 개발하는 데마다 돈 내라고…. 이래서 떼잡이들이에요”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비하 논란이 일고 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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