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률 국세청장 전군표 前 청장에 그림 상납

  • 입력 2009년 1월 12일 16시 08분


수뢰 혐의로 수감 중인 전군표(55) 전 국세청장이 청장 재임시절 한상률(56) 현 국세청장으로부터 2000만~3000만원 대 고가그림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헤럴드경제가 12일 보도했다.

전 전 국세청장의 부인 이미정(50) 씨는 이날 해럴드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남편이 국세청장으로 재임하던 지난 2007년 초 시내 모처에서 한상률 당시 국세청 차장(56) 부부와 만나 최욱경 화백의 그림을 선물로 받았다”고 밝혔다고 매체는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미정 씨는 “당시 한상률 차장 내외가 ‘A지방국세청장을 좀 밀어내(잘라)달라’는 청탁과 함께 그림을 가져왔다”며 “한 차장의 부인이 ‘좋은 그림이니까 잘 간직해 달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날 모임에 한 차장 부부가 이미 모종의 ‘A지방국세청장 사퇴압박 시나리오’같은 걸 만들어서 갖고 왔더라. 그 내용은 A지방청장의 부인이 종교재단에 일년에 큰 돈을 기부하는데 어떻게 공직자 신분으로 그렇게 많은 돈을 기부할 수 있는지 캐면 되지 않겠느냐는 것 이었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뒤늦은 폭로 이유에 대해 “아침 조간신문 보도를 보고 ‘이제 와서 숨길 까닭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입을 떼게 됐다”며 “수감 중인 남편이 자신과 관련도 없는 사안까지 자꾸 덮어쓰고 있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이 그림을 평소 알고 지내던 평창동 가인갤러리 홍가인 대표에게 작년 10월 처분해달라고 맡겨 현재 가인갤러리 응접실에 걸려 있다.

현재 일본 출장 중인 한상률 국세청장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림을 전달한 적이 없다. 완벽한 모함이다”고 반박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문제의 그림은 요절작가로 불리는 고(故) 최욱경(1940~1985) 화백이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학동마을’이라는 추상화다. 강렬한 색채와 환상적 표현이 돋보이는 소품으로 가로 38cm, 세로 45.5cm크기다. 최 화백의 소품 회화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2000만~3000만원을 호가했으나 최근에는 미술시장 침체로 1500만~2000만원 대를 형성하고 있다.

앞서 이날 오전 일부 언론은 화랑 주인이 “전 전 청장의 부인 이 씨가 작년 10월 직접 그림을 들고 화랑을 찾아와서 ‘선물 받은 그림인데 돈이 급하니 가능한 한 빨리 팔아달라’고 맡겨 두 달 뒤인 작년 12월에 정식으로 판매 위탁 약정서를 작성했다. 이 씨는 평소에 자기 돈을 주고 그림을 사 모으는 컬렉터가 아니었다. 이 씨가 시세를 모르길래 내가 ‘일단 5000만원에 팔아보겠다’고 하자 ‘덜 받아도 좋으니 빨리만 처분해달라’고 했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전 전 청장이 K갤러리 세무조사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부하 직원으로부터 상납 받았거나, 인사청탁과 관련된 뇌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내사 결과를 검찰에 통보했다”고 말했다.

전 전 청장은 정상곤 2006년 당시 부산지방국세청장에게서 인사청탁 명목으로 현금 7000여만 원과 미화 1만 달러를 상납 받은 혐의로 작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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