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언어영역/듣기

  • 입력 2009년 1월 12일 02시 59분


《아마도 대학입시에서 자국 언어 듣기시험을 치르는 나라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을 60문항에서 50문항으로 줄이는 논의 과정에서 ‘듣기’를 통째로 들어내자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듣기는 말하기와 더불어 의사소통을 이루는 한 축이고, 듣기는 들리는 소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행위가 아니라 상대방과 의미를 공유해나가는 고도의 인지 과정이기 때문에 수능에서 이를 함부로 축소하거나 삭제할 수는 없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언어영역 듣기는 전체 수능에서 가장 먼저 치러지는 시험이기 때문에 실수를 했을 때 심리적인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이만기 엑스터디 언어영역 강사》

핵심 어구 반드시 메모 → 지문 정확한 이해 - 추론 훈련!

듣기평가는 여러 형태의 자료를 듣고 내용을 정확하고 창조적으로 이해하는 능력과,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상황에 적용해 발전시키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화자와 청자의 관계를 고려하여 말하기 전략을 파악하고 비판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넓은 의미에서의 듣기는 의사소통 능력과 관계가 깊다. 다시 말하면 듣기는 일상생활에서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듣기 상황에서 내용을 사실적으로 이해하고, 추론할 수 있으며, 또한 비판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를 측정한다. 한 번만 들려주는 듣기의 특성상 유형이 단순하고 주제가 분명하게 제시되는 문제가 출제되어 왔으나 최근에는 다양한 매체를 결합한 문항이나 쓰기와 결합한 문항을 출제하기도 하여 난도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읽기영역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답지의 매력도’이고, 쓰기영역은 ‘과제 해결에 들어가는 소요 시간’이지만 듣기영역은 ‘듣기 지문의 구조 또는 내용 전개의 복잡도’이다. 그러므로 최근 듣기 지문의 구조가 복잡해지고, 다양한 매체가 사용되는 것과 궤를 같이하여 2009학년도 수능의 듣기평가도 다소 어려웠다는 평가다. 듣기문항이 어려우면 전체적으로 시간 조절에 애를 먹게 되고 시험 전체를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듣기영역의 대본은 실제 음성 자료와 유사한 상황으로 자료를 구성하기 위하여 대화, 강연, 토론, 대사 등을 자료로 삼고, 그 측정의 수준은 사실적 사고보다는 추론적 사고나 비판적, 창의적 사고를 측정하는 데 중점을 두는 편이다. 과거에는 시사적인 이슈를 소재로 채택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인문, 사회, 과학, 기술, 예술, 언어, 생활 등에서 소재를 고르게 가져오고 있다. 그동안 다루어진 지문만 하더라도 옛이야기(라디오 프로그램, 2009 수능), 인터넷 공간에서 윤리의식(대화, 2009 수능), 대일조(강연, 2008 수능), 수돗물 민영화(토론, 2008 수능), 목소리의 높낮이가 결정되는 원리(강의, 2007 수능), 고누 놀이(대화, 2007 수능), 전래동요(대담, 2007 수능), 경기 부양(강연, 2005 수능), 인체의 뼈(강연, 2006 모의수능), 수학 수업내용(수업, 2007 서울시) 등 매우 다양하다. 이렇듯 듣기가 다룰 수 있는 소재는 무궁무진하다.

<듣기제재 영역별 출제범위>

『듣기에서는 음성 언어 자료를 바탕으로 듣기 능력을 측정한다. 음성 언어 자료는 일회성이 있으므로 집중하여 들어야 하며 담화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중요하다.

○ 일상 대화, 토의, 토론, 광고, 뉴스, 강연 등을 폭넓게 접하면서 내용을 사실적, 추론적, 비판적, 창의적으로 이해하기

○ 듣는 내용이나 목적에 따라 중요한 내용을 정리하거나 메모하며 듣는 습관 갖기

○ 듣는 내용을 바탕으로 생략된 내용이나 이어질 내용을 추론하며 듣기

○ 화자의 입장, 관점, 의도를 파악하며 듣기

○ 화자가 제시하는 주장이나 근거, 내용의 전개 방식이 적절한지 비판하며 듣기

○ 화자의 말하기에 나타나는 특징을 파악하며 듣기

○ 화자의 말하기가 어법과 맥락에 맞는지 평가하며 듣기 등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매뉴얼> P13 중에서』

듣기제재 해결의 원리

듣기제재는 앞서 말한 바처럼 정보의 확인, 정보를 통한 추리, 구체적 상황에의 적용, 말하기 방식의 파악, 반응의 적절성 평가 등의 문제가 출제된다. 정보를 통한 추리, 구체적 상황에의 적용, 반응의 적절성 평가 등은 해결책이 읽기제재와 거의 같다. 이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정보의 확인. 발화 내용 속에서 세부적인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이 유형은 강연이나 이야기의 중심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는 문제로 대화나 대담보다는 강의, 강연 등에서 출제된다. 그러므로 제시되는 형식이 방송일 따름이지 비문학 제재의 중심 내용 파악과 똑같다. 정보의 확인 중 대표적인 문제를 하나 보자.

<예문>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2번 문항

『2. 이번에는 강연의 일부를 들려 드립니다. 잘 듣고 물음에 답하십시오.

「철새는 장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활용하는 비행 방법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뉩니다. 오늘은 이 중 활상하는 철새와 날개치기를 하는 철새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이 둘은 기본적으로 이동 시간대가 다릅니다.

활상하는 철새는 상승 기류를 타고 날개를 펼친 채 이동하는 철새입니다. 상승 기류는 지면이 달궈지고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발생하기 때문에 한낮에 정점에 이릅니다. 따라서 활상하는 철새는 보통 상승 기류가 많은 한낮에 이동합니다.

날개치기를 하는 철새는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며 이동하는 철새입니다. 날개치기를 하는 철새는 수평으로 날아가기 때문에 상승 기류와 부딪히게 되면 수평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겠죠. 따라서 날개치기를 하는 철새는 대개 해가 진 뒤의 밤 시간에 이동합니다. 또 끊임없이 날갯짓을 하면 열이 많이 발생하는데, 아무래도 밤에 열을 식히기가 쉽겠지요.

활상하는 철새와 날개치기를 하는 철새는 모두 바람의 방향에 따라 비행 고도를 바꿉니다. 바람은 지표면으로부터 고도가 높아질수록 더 강하게 부는데요, 새들이 이동하다 역풍을 만나면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바람이 약하게 부는 낮은 고도를 선택합니다. 반면에 순풍을 만나면 바람의 힘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바람이 강하게 부는 높은 고도를 선택하겠죠.」

2.(물음) 강연 내용에 대한 이해로 적절한 것은?

① 날개치기를 하는 철새는 주로 밤 시간대에 이동한다.

② 날개치기를 하는 철새는 역풍이 불 때 고도를 높인다.

③ 활상하는 철새는 열을 식히기에 유리한 시간대를 선택한다.

④활상하는 철새는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며 수평으로 이동한다.

⑤활상하는 철새는 상승 기류를 피할 수 있는 시간대를 선택한다. 』

[풀이] 날개치기를 하는 철새는 날갯짓으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좋은 밤에 이동한다고 하였으므로 ①이 적절하다. ② 날개치기하는 철새는 역풍을 만나면 바람의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바람이 약하게 부는 낮은 고도를 선택한다.③ 활상하는 철새는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상승 기류를 이용하므로 열이 발생하는 시간대를 택한다.④ 쉬지 않고 날갯짓을 하며 수평으로 이동하는 철새는 날개치기를 하는 철새이다. ⑤ 활상하는 철새는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상승 기류를 이용한다.

<듣기 연습의 실천적 지침>

『1.무엇을 듣든 핵심 어구라고 판단되는 어구를 메모하는 연습하기

2.학급에서 단체로 일정한 시간에 학습하기

3.EBS-FM 고교 국어 듣기 방송을 이용하기

4.뉴스의 자막을 참고하기

5.친구 사이에 서로 대본 읽어 주기

6.지나간 문제는 잊기』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최근에 많이 나오고 있는 말하기 방식(태도)의 파악이다. 화자가 말하는 방식의 파악이나 특징, 태도를 묻는 문제는 소설의 ‘말하기 방식’이나 비문학에서의 ‘서술방식, 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러므로 여기서 배운 설명, 설득의 방식을 이용하면 이해가 쉽다. 더불어 공통적인 전제, 생각을 묻는 문제의 해결책을 알아보자. 이 유형은 수능 초기에 주로 많이 나왔는데, 두 사람, 혹은 세 사람이 참여하는 대화를 소재로 출제된다. 물론 공통점을 물으니 당연히 차이점을 묻는 문제도 나온다. 이런 문제는 단적으로 공통된 단어를 언급하는 경우보다는 내용으로 공통된 생각을 추리하게 한다. 제일 먼저 화자의 생각을 각자의 대화를 통해서 파악해야 하는데, 방송을 들으면서 반드시 메모를 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파악한 답지에서 혼자만의 생각은 지워 나가야 한다. 매력적인 오답의 경우는 세 사람이 등장했을 때, 두 사람만이 동의하거나 아니면 화제와는 직접 연관이 없는 경우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 두 유형이 같이 나온 문제를 보자.

<예문>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4,5번 문항

『[4∼5] 다음은 토론의 일부를 들려 드립니다. 잘 듣고 4번과 5번의 두 물음에 답하십시오.

※ 듣기 대본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 홈페이지(www.kice.re.kr) ‘대학수학능력시험 기출문제’에서 들으시기 바랍니다.

4.(물음) 토론에서 단계별 조건에 적합하지 않은 발언은?

5.(물음) 발언 내용으로 보아, 토론자들이 공통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① 동아리 활동비는 동일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② 동아리 활동비의 지출 절차가 투명하지 않다.

③ 동아리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의식이 부족하다.

④ 동아리의 활동성과를 고려하여 활동비를 배정해야 한다.

⑤ 지식 함양에 도움이 되는 동아리 활동을 우선 장려해야 한다.

[4번 풀이] 동아리 활동비 배정에 대해 봉사반 토론자는 회원이 많고 인성 함양에 도움을 주는 봉사반에 더 많은 활동비가 배정되어야 한다는 근거를 들어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발명반 토론자는 입상 실적을 근거로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다음으로 봉사반 토론자는 그 실적이 소수의 학생만 만족하는 것이라는 점을 들어 반론을 제기하는데, 이에 대해 발명반 토론자는 인성이 중요하니 봉사반 학생들이 양보했으면 좋겠다는 감정적인 호소를 하고 있다. 이는 정당한 반론이라 보기 어렵다. 따라서 정답은 ③이다. 마지막에 봉사반 토론자는 ‘봉사 활동 소식지’를, 발명반 토론자는 축제 때 ‘생활 속의 발명’이라는 행사를 했다는 것을 사례로 제시하여 주장을 펼치고 있다.

[5번 풀이] 봉사반 토론자는 인성 함양에 도움을 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활동비를 많이 배정받아야 한다고 하고 있고, 발명반 토론자는 발명 대회 입상 실적을 언급하면서 실질적인 성과를 많이 올린 동아리에 더 많은 활동비를 배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토론자들이 공통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은 동아리의 활동성과를 고려하여 활동비를 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답은 ④번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