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외교 마찰’ 빚었던 중동문화원 부활

  • 입력 2009년 1월 9일 06시 45분


아시아 최초의 중동문화원인 ‘한국 중동이슬람 문화교류원’이 한 달 사이에 ‘폐쇄와 부활’의 운명을 겪고 있다.

인천시가 지난해 12월 중동문화원 운영자의 철수를 통보한 이후 중동 국가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거세지자 돌연 재개장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운영자를 한국중동협회에서 시 산하 국제교류센터로 바꾸고, 이미 철거작업이 완료된 문화원에 다시 전시물을 채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 오락가락 행정

중동문화원(남동구 구월동 대흥빌딩 3층 전관 1700m²)이 개원한 것은 2007년 10월.

57개국 14억 인구를 보유한 이슬람 문화의 교두보 역할을 위한 공간이었다. 아랍 의복, 장식품, 장신구, 화장 도구, 모스크, 사막용 천막, 무기 등 이슬람 역사와 생활상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물 1500여 점을 갖췄다.

문화원을 운영했던 한국중동협회는 “개원 이후 매달 1000∼1500명의 관람객이 찾아올 만큼 아랍 문화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문화원은 무료로 운영됐고, 2014년 아시아경기대회 개최 이전에 경제자유구역인 청라지구로 이전될 예정이었다.

그러던 중 인천시가 지난달 갑자기 폐쇄를 결정한 것. 그러나 폐쇄 이유는 명쾌하지 않았다.

시는 중동문화원 폐쇄 대신 글로벌센터로의 확대 개편이라는 용어를 썼다. 중동문화원을 중동지역 이외에 중화권 아시아권으로 확대해 세계 여러 지역의 문화를 알리는 전시관으로 바꾸겠다는 것이 인천시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일부 종교계가 중동문화원에 대한 지원에 이의를 제기한 이후 문화원 폐쇄 결정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졌다.

○ 허술한 재개관 준비 작업

지난해 12월 말 폐쇄 방침이 알려지자 아랍의 최고 국제기구인 아랍연맹을 중심으로 주한 대사들이 외교 채널을 통해 강력히 항의했다.

중동 대사들은 인천에서 열리는 2009년 세계도시축전과 2014년 아시아경기 등에 중동 국가의 불참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이들은 아시아경기를 유치할 당시 중동권 지지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안상수 인천시장에게 서운한 감정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시장은 문화원 철거 직후 재개관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시는 급히 한국중동협회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상황. 문화원 시설 보수 공사가 곧 시작되고, 이르면 3월경 다시 문을 열 예정이다.

중동문화원의 운영비는 올해 한 푼도 확보되지 않아 추경예산에 일부 반영된다.

국제교류센터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재개관 방침으로 전시물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한국중동협회에서 일부 임차하고, 직접 구매도 할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전시물 목록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고 털어놓았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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