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조6000억 들인 태양광전지 기술 유출”

  • 입력 2008년 12월 23일 03시 07분


대기업에 빼돌린 혐의 중견기업 前이사 등 조사

경찰 “스카우트 노린 기술 도둑 적발 10%도 안돼”

국내 대기업 계열사 간에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핵심기술 유출 사건이 발생한 데 이어, 유명 중견기업이 개발한 태양광전지의 핵심 소재기술이 대기업에 유출된 단서가 포착돼 경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본보 22일자 A10면 참조

226억 기술 빼돌린 뒤 경쟁사 취직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동양제철화학에서 기술이사로 재직하다 핵심기술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전직 임원 이모(51) 씨를 구속하고, 다른 임원 출신 2명을 같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 등은 올해 8월 회사를 그만두면서 폴리실리콘 제조를 위한 공정도면 등 한 상자 분량의 기술 자료를 빼돌린 혐의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전지의 핵심소재로, 동양제철화학에서 1조6000억 원을 들여 올 초 국내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했다.

경찰은 이 씨 등이 퇴직한 직후 국내 대기업 계열사로 자리를 옮긴 데 주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이직한 대기업 두 곳을 압수수색하는 등 유출된 기술이 경쟁사로 넘겨졌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경찰청 보안국은 냉난방 시스템 전문 업체 S사가 독자 개발한 ‘동시 냉난방, 급탕 시스템’ 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넘긴 S사 대표 계모(40) 씨 등 6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계 씨는 올 3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개발한 ‘캐스케이드 열교환기’의 핵심기술 도면과 시제품을 몰래 빼돌려 중국의 M사 한국지사장에게 건넨 혐의다. 계 씨는 그 대가로 M사 제품의 한국 판매권을 넘겨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캐스케이드 열교환기는 동시에 냉난방 및 급탕 기능이 가능한 첨단 시스템으로, 국내 시장규모가 수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기술 유출 사건의 경우 개인 이익을 위해 해외로 기술을 빼돌리거나 중소기업 직원이 대기업 스카우트를 조건으로 기술을 유출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며 “수사 당국에 적발되는 사건은 전체 유출 사건의 10%도 되지 않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말했다.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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