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 들통나자 사장 살인청부

  • 입력 2008년 12월 19일 21시 36분


4억 빼돌린 철강유통업체 영업부장 구속

경찰 “사장 죽인 뒤 대표회사 취임 노렸다”

회사 물품을 빼돌리다 들키자 이를 은폐하기 위해 회사 사장을 살해하려 한 직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수억 원 상당의 회사 자재를 횡령하고 아는 사람과 공모해 사장을 살해할 계획까지 세운 혐의(특가법상 절도·살인예비음모)로 철강유통업체 영업부장 김모(37) 씨를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주로 야간 시간을 이용해 2006년부터 3년 동안 7차례에 걸쳐 약 4억4000만 원어치의 철강을 훔쳤고 직원들에게 사장 지시라고 속여 세금계산서까지 작성했다.

점차 대담하게 물건을 빼돌리던 김 씨의 행각은 물건이 줄어드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사장의 의심을 샀고 결국 올 8월 내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범행이 들통 나자 김 씨는 사장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평소 알고 지내던 다른 김모(36) 씨 등 3명에게 도움을 청했다.

조사결과 김 씨는 실제 경기 화성시의 고속도로 요금소에서 이들을 만나 "사장을 살해해 달라. 일단 선수금으로 5억 원을 주고 성공하면 10억 원을 더 주겠다"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씨는 또 이 자리에서 살해 방법과 시신 유기계획까지 치밀하게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김 씨의 계획은 예정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의해 꼬리가 잡혔다.

경찰은 "김 씨가 인터넷 도박, 잦은 유흥업소 출입, 주식투자 실패 등으로 5000만 원 가량의 빚을 지게 되자 물건을 빼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김 씨는 사장을 죽인 뒤 회사지분을 차지해 대표이사로 취임할 생각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신진우 기자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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