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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7일 05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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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문중 ‘힘겨루기’ 우려
‘지역-나라 발전 공헌 인물선정’ 조례안 의회 통과
“자칫 도민 편가르기 우려… 면밀한 검토 후 시행을”
경남도의회가 ‘경남 명예의 전당’ 건립을 추진하면서 찬반 논란이 뜨겁다.
경남 출신으로 지역과 나라 발전에 공이 큰 사람을 명예의 전당에 올려 교육과 관광자료로 활용하려는 취지다. 하지만 대상자 선정 과정 등에서 부작용도 예상되고 있다.
▽“경남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경남도 명예의 전당 건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은 도의회 김오영 의원을 대표로 도의원 25명이 발의했다. 16일 해당 상임위원회인 기획행정위원회, 24일엔 본회의를 통과했다.
상임위에서 조례안이 일부 수정됐으며, 반대 토론이 예상됐던 본회의에서는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 김 의원은 “국가와 경남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람들의 자료를 한곳에 모아 항구적으로 전시함으로써 경남의 역사를 기록하는 출발점으로 삼으려 한다”고 말했다.
명예의 전당에 오를 대상자는 경남 출생자 또는 10년 이상 도에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 및 도의 발전에 현저한 공로가 있거나 도의 위상을 크게 빛낸 개인 또는 단체다. 통상협력과 우호 증진에 공헌한 외국인이나 단체도 가능하다.
명예의 전당에는 당사자의 흉상과 사진, 공적물, 공적사항이 전시된다. 또 당사자에게는 등극증과 메달, 기념품이 주어진다. 도지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25명의 심사위원이 대상자를 선정한다.
김 의원은 “명예의 전당을 새로 짓거나 기존 건물이나 공원 등 야외공간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며 “명예의 전당 건립 기간, 대상자 선정을 감안해 조례 시행은 2년의 유예 기간을 두었다”고 말했다.
▽“취지는 좋지만 시비가 생길 것”=전국 처음인 명예의 전당이 세워지더라도 유공자를 선정할 심사위원회의 구성과 객관적인 심사 등 난제는 한둘이 아닌 것으로 지적된다.
무엇보다 완벽한 과거사 정리가 되지 않아 친일 전력, 군사쿠데타 참여, 독재정권 협력 등을 둘러싼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경남에서는 문학인인 청마 유치환과 노산 이은상, 작곡가인 조두남 등의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친일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또 합천군이 ‘새 천년 생명의 숲’을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호를 딴 ‘일해공원’으로 바꾸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시민단체들이 강력 반발해 마찰이 컸다.
일부에서는 “각 단체, 문중 간의 불필요한 경쟁도 우려된다”며 “특히 대상자의 범위와 분야, 인원, 시대 등도 명쾌하지 않아 보완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의 한 간부는 “조례를 시행할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경남에는 경남도문화상과 산업평화상, 자랑스러운 농어업인상 등이 있다.
마산YMCA 차윤재 사무총장은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와 현대사를 거치면서 굴곡이 많았고 비중 있는 인물의 공과를 따지는 과정에서는 합의에 도달하기 쉽지 않다”며 “타당성과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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