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사기극? 음모론? 진수희 의원 “로또 조작 확실, 내부 제보 있다”

  • 입력 2008년 9월 18일 08시 14분


“로또는 대국민 사기극이다!”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서울 성동갑)이 “제2기 로또사업(위탁사업자: 나눔로또)에 치명적인 시스템 오류가 있다”며 ‘당첨조작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가운데 진위를 둘러싼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진의원은 17일 오전 국회 브리핑에서 “나눔로또와 복권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결과 제2기 로또 판매를 시작한 지난해 12월 2일부터 올해 8월 9일까지 총 36회차 가운데 메인 시스템과 감사 시스템 간 데이터가 불일치하는 경우가 12차례나 발견됐으며, 2개의 감사 시스템 사이에도 데이터가 다른 경우가 3차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진의원은 “추첨방송이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동안 금액을 일치시키는 경우도 있었다”며 당첨조작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했다.

현재 로또복권 시스템은 전국 8359대의 단말기(판매점 7315대·농협 1044대)와 메인시스템, 그리고 감사시스템이 별도의 전용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구매자가 로또를 구입하면 단말기에 데이터가 입력되고, 모든 데이터는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에 실시간으로 기록되게 만들어져 있다. 특히 감사시스템의 경우 단말기와 메인시스템의 판매정보 확인뿐만 아니라 데이터 조작여부 확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으로 기획재정부 소속의 복권위원회 사무처 공무원들만 접근이 가능하다.

진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 로또시스템과 조작 가능성에 대한 ‘7대 의혹’을 조목조목 제기하는 한편 신뢰성과 투명성을 상실한 로또사업을 당장 중단하고 복권위원회와 나눔로또에 대한 감사원 감사는 물론, 필요시 검찰수사를 해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진의원 스스로도 다가올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의원 측은 사실상 로또에 당첨조작이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진의원 측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작은 확실하다. 내부 제보가 있다. 구체적인 정황은 감사원이나 검찰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다”고 말했다.

진의원 측은 애당초 제2기 로또사업 출범 당시 시스템 설계 단계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현재 로또 시스템은 지난해 유진컨소시엄이 사업권을 획득하면서 기존 시스템을 새로 바꾼 것으로 그리스의 인트라롯사가 설계를 맡았다.

진의원 측은 이 인트라롯이라는 회사가 잦은 시스템 결함으로 이미 국제적으로 평판이 안 좋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트라롯 시스템은 대만에서도 수차례 치명적인 시스템 사고를 일으켜 담당자가 징계를 받는 사례가 있었으며 남아공화국, 러시아, 호주 등에서도 문제가 지적됐다는 주장이다.

진 의원 관계자는 “나눔로또에서는 줄곧 ‘스페셜 캔슬(special cancel)’이라는 말로 모든 것을 해명하려 하고 있으나 상식적으로 누구도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다. 요즘 같은 첨단시대에 덧셈뿐인 단순 계산을 시스템이 해결하지 못해 시차가 생긴다는 것이 말이 되나. 은행 시스템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36회차 중 무려 12건이나 데이터 불일치가 일어났다. 그것도 묘하게 건 당 4000∼5000원(로또 4∼5매) 정도의 차이가 나는 점도 의문이다”고 말했다.

진의원 측의 주장에 대해 나눔로또의 차승현 대외협력팀장은 “진의원이 제기한 7대의혹의 대부분은 마감시간에 임박해 구입 또는 취소, 단말기 작동불능, 용지 고갈 등의 ‘스페셜 캔슬’로 인한 것으로 로또 시스템에 대한 오해가 만들어낸 주장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후 8시에 마감을 하면 전국의 모든 단말기에서 로또가 출력되지 않는다. 주장대로 당첨조작을 하려면 티켓이 있어야 하는데, 티켓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조작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진의원의 주장대로라면 지급처(농협)까지 공모를 해야 할 텐데 과연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는 거의 음모론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오후 5시께 나눔로또는 자사 홈페이지에 “언론에 보도된 조작의혹 관련 내용은 당사의 사업운영절차와 시스템 기능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즉각적인 정정 및 반론보도 요청을 할 것”과 “정상 발매된 복권데이터는 메인시스템과 감사시스템 간 불일치한 사례가 없었음”을 내용으로 한 남호성 대표이사 명의의 해명을 올렸다. 복권위원회와 나눔로또 측은 현재 진의원의 주장에 대한 반박문을 준비 중이다.

과연 대국민 사기극인가, 과장된 음모론인가? 로또공방은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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