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재래시장 안으로 들어온 광주비엔날레

  • 입력 2008년 9월 8일 07시 12분


복과 덕이 넘치는 그곳… 특별한 ‘명절 손님’ 오셨네

광주 도심 대인시장에 5개팀 ‘장미란-홍어’등 작품 전시

비릿한 생선 냄새, 명절을 앞두고 가게마다 수북이 쌓인 사과 배, 즉석에서 만드는 한과와 부침개, 쉰 목소리로 손님들을 불러 모으는 억척 아줌마들….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위세에 눌려 쇠락해 가는 여느 도시의 시장과 다름없는 풍경이지만 광주 도심에 자리한 대인시장은 요즘 특별한 볼거리로 떠들썩하다.

5일 막을 올린 2008 광주비엔날레가 이 시장을 무대로 ‘복덕방 프로젝트’를 펼쳐 보여 연일 사람들의 발길을 잡고 있는 것.

비엔날레 측은 “재래시장이야말로 복과 덕이 넘치는 정보교환, 인간적 만남의 사랑방이라 할 수 있다”며 “퇴락한 시장의 문제를 예술 소통의 문제와 접합시켜 공공미술로 풀어내 보려는 것”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래피티(스프레이 벽화) 작가 구헌주의 ‘시장구경 프로젝트’. 그는 올림픽 여자역도 금메달리스트 장미란을 등장시켜 닫힌 시장문을 활짝 열어젖히는 통쾌함을 선사했다.

한때 전국의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던 광주 출신 해태타이거즈 선동렬 투수의 듬직한 투구 폼도 한쪽 벽을 장식해 고향 사람들의 애정 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3355 plan-E 즐거운 집창촌(집단창작촌)’은 신호윤 씨를 중심으로 한 일단의 청년작가들이 참여해 시장 안에서 먹고 자면서 작품 활동 공간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내보이는 ‘작가 레지던시’를 표방하고 있다.

화가 박문종 씨는 남도 토속음식으로 빼놓을 수 없는 홍어를 전라도 사람들이 즐겨 먹는 부위 순서대로 매겨 놓은 ‘1코, 2애, 3날개, 4살’(만만한 홍어집)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막걸리 한 사발 앞에 놓고 젓가락을 두드리며 천연덕스럽게 ‘목포의 눈물’을 불러대는 비디오클립까지 설치한 박 씨는 “무엇 하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는 홍어의 메시지를 통해 평평탕탕한 세상을 이루자는 뜻을 담았다”고 말했다.

‘파프리카 프로젝트’(백기영 주희란 씨), ‘열망-천개만개 꽃을 피우자’(마문호 박경섭 씨) 등 작품들도 눈길을 끈다.

박성현(45) 큐레이터는 “5개팀이 7개 빈 가게에서 다양한 표현양식을 시도하는 이번 전시는 이번 비엔날레 프로그램 가운데 작가와 관람객들이 가장 잘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권 기자 goqu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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