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 서술형 시험에 약하다?

  • 입력 2008년 8월 29일 03시 03분


영재학교 신입생 ‘남초현상’ 갈수록 심화

국내 유일의 과학영재교육기관인 한국과학영재학교가 22일 발표한 2009학년도 신입생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해마다 여학생 합격자 수가 크게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학생 지원자의 합격률도 계속 떨어져 남녀 학생 비율이 큰 폭으로 벌어지고 있다.

학교 측이 발표한 내년도 합격자 144명 가운데 남학생은 134명, 여학생은 10명이었다. 여학생 합격자 수는 개교 당시인 2003년 30명으로 최고치를 이루다가 2005년 29명, 2006년 17명, 2007년 14명, 2008년 9명까지 급감했다.

여학생 지원자들의 합격률도 계속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여학생 지원자의 합격률은 2.2%로, 2003년의 합격률 10.1%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영재학교 여학생의 합격률 저조 현상은 내년 1학기부터 영재학교로 전환되는 서울과학고가 올해 실시한 첫 신입생 선발시험에서도 나타났다.

서울과학고의 경우 남학생은 1672명이 지원해 116명이 합격한 반면에 여학생은 353명이 지원해 단 4명이 합격했다. 지난해 합격자 156명 중 여학생이 3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줄어든 것이다. 성별 합격률도 남학생은 6.9%인 반면 여학생은 1.1%로 남학생이 6배나 높았다.

영재학교 입시 관계자들은 최근 심화되고 있는 ‘남초 현상’에 대한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관계자들은 영재학교 선발시험 가운데 서술형 지필시험에서 남녀 학생들의 점수 차를 한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김문수 입시관리부장은 “3단계 전형 중 수학과 과학을 서술형으로 보는 2단계 시험에서 여학생들이 약세를 나타냈다”며 “올해 이 과정에서 남녀 합격률 차가 3배 가까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과학고도 올해 입시부터 중학교 내신 점수 대신 지필고사의 비중을 늘렸다.

여성계 일부에서는 여학생 입학자 비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여성 쿼터제’ 도입을 포함해 영재학교 입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KAIST 사이버과학영재교육센터장 김수용 교수는 “성별 균형을 배려하기보다는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출신 등 사회 소외층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영재교육의 취지에 맞다”고 말했다.

서영표 동아사이언스 기자 sypy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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