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특목고 입시학원 시장 ‘명암’

  • 입력 2008년 8월 26일 03시 01분


외고입시에 수학 출제금지 이후 전문학원가 변화 움직임

영어 ‘맑음’ 수학-과학 ‘흐림’

서울 및 경기지역의 외국어고 입시 전형에서 수학 문제를 내지 못하게 됨에 따라 특수목적고 입시전문 학원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이들 학원의 상황을 기상 용어로 나타내면 영어 중심 학원은 ‘맑음’, 수학·과학 중심 학원은 ‘흐리거나 한때 소나기’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

올해 입학 정원만 5000명(서울 2170명, 경기 2840명)이 넘는 서울 및 경기지역 외고 입시에서 수학·과학이 당락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해지면서, 수학·과학 중심 학원에서 외고 입시를 준비해 온 학생들이 영어 중심 학원이나 종합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

이런 현상은 외고 입시가 당장 코앞에 닥친 중학교 3학년생을 주축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수학 중심 입시 학원의 한 관계자는 “방학이 끝나고 외고 입시 준비가 본격화 되면 3학년 수강생이 예년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지는 학원도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학생 시장에서 수강 과목도 많고 수강료도 비싼 3학년생의 감소는 수학·과학 중심 학원들의 단기 매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히고 있다.

반면 영어 중심 학원들은 수강생 증가를 체감하고 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영어 중심 특목고 입시학원 T사의 경우 지난달 경기 분당지역에 외고 입시 대비 직영학원을 개설하는 등 수도권으로까지 지역 기반을 넓히고 있다.

영어 중심 특목고 입시학원의 ‘봄날’은 투자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T사는 외국계 투자 회사에서 2000만 달러를, 역시 영어 중심 학원인 A사는 올해 외국계 보험 회사에서 6000만 달러를 유치했다. 교육전문 홍보업체의 한 관계자는 “새 정부의 영어 교육 강화 정책까지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에게 영어 중심 학원들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학·과학 중심 학원들은 학생 이탈을 막고 수익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이미 일선 프랜차이즈 학원장들 중에는 학생 이탈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영어 전문 학원을 겸업하거나 겸업을 고민하는 경우도 있다.

수학 전문 입시학원인 F사의 경우 전직 외고 교사 등 외고 입시 전문가를 초빙해 모의고사 특강을 개설하고 외고 입학상담 서비스를 강화하는 외고 입시 관련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일부 학원은 지주회사를 통해 영어 전문 학원과 느슨한 연합체 형태의 제휴를 맺는 방식으로 영어 관련 프로그램의 도입을 모색하기도 한다. 경기 고양시 일산 지역을 주요 기반으로 하는 수학·과학 전문 학원인 H사의 경우가 이 같은 사례.

수학·과학 전문 학원이라는 기존의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수학·과학이 중시되는 영재교육원 준비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초등학생 대상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을 모색하는 곳도 있다.

F사의 관계자는 “외고 입시전형 변화라는 외생 변수 때문에 단기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대입에서 수학·과학의 비중이 여전하고 외고 합격생 중에도 고교 과정 선행 학습 수효가 적지 않아 장기 전망은 조심스럽게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정열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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