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희, 30억중 일부 사적 사용외 20억 용처에는 ‘침묵’

  • 입력 2008년 8월 8일 18시 06분


'오피스텔 보증금, 손자를 위한 외제 승용차 구입, 주식 선물 투자 1억5000만 원 손실….'

검찰이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 추천 명목으로 30억3000만 원을 받은 대통령 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74·구속) 씨 계좌에서 인출된 돈의 용처를 확인한 결과다.

김 씨의 공천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우병우)는 김 씨가 한나라당의 국회의원 후보자 공천결과 발표(올 3월 24일)를 전후해 계좌에서 출금한 돈의 대부분을 이처럼 사적인 용도로 쓴 사실이 확인됐다고 8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김 씨가 상당 금액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으며 아직 용처가 확인되지 않은 8000여만 원의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올 2월 13일부터 3월 7일까지 김종원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에게서 30억3000만 원을 받았으나 이 가운데 10억여 원을 공천 이전에, 20억 원을 공천 직후에 자신의 계좌에 입금했다. 그리고 공천 전에 3억여 원을 인출해 쓰기 시작해 공천 뒤에도 4억여 원을 인출해 썼다.

이처럼 돈의 용처는 확인되고 있지만 금액은 30억3000만 원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용처가 확인된 돈이야 말로 로비의 대가로 받은 것이어서 '써도 된다고 확신한 것 아니냐'라고 추정할 수 있다.

검찰은 김 씨가 공천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여권 핵심 인사를 접촉할 수 있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그럴 만한 사회적 지위나 경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 친인척인 김 씨는 돈만 챙겨 도주 또는 잠적할 수 없었던 점 △공천이 성공해야 10억여 원으로 추정되는 이득을 얻을 수 있었던 점 △실제 대한노인회에 10여 차례나 김 이사장의 단독 추천을 부탁하며 적극적으로 노력한 사실 등은 로비 의혹을 부채질하는 의문점으로 여전히 남아있다.

특히 야당의 공천 헌금과 비슷한 금액(20억 원)을 김 이사장의 공천 탈락 직후 김 씨가 자신의 계좌에 입금시킨 것은 '누군가에게서 돌려받았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김 씨는 구속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계좌에 입금한 뒤 돌려준 20억 원 등에 대해 아무런 진술을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20억원이 김 씨 계좌에 입금되기 전에 어떤 경로를 거쳤는지를 밝히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제3자의 계좌에 일시적으로 입금됐거나 하는 새로운 흔적을 발견하기 전에는 김 씨의 입을 열게 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최우열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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