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외국인 며느리와 소통 첫단추 뀄죠”

  • 입력 2008년 8월 7일 06시 57분


“집안이 잘되려면 누구보다 먼저 며느리가 행복해야겠지요.”

6일 경북 경주시 남산 자락의 화랑교육원에서 열린 ‘다솜이 가족의 어울림 한마당’ 행사장. 경북도교육청이 경북지역 다문화가정(결혼 이주 여성으로 구성된 가족)의 자녀와 부모를 위해 마련한 캠프다. ‘다솜’은 ‘사랑’을 뜻하는 우리말.

‘한국살이’ 애로 이해

손녀 전샛별(8·영천 대창초교 1년) 양과 함께 참가한 김숙자(65·여) 씨는 “러시아 며느리에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여기 와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동안 소홀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는 5, 6일에 이어 12, 13일에도 열린다. 경북도교육청은 당초 한 번만 하려고 했는데 신청 가족이 많아 2회로 늘렸다.

경북지역 다문화가정 가운데 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재학생은 총 1539명. 이 중 1157명이 초등학생이다.

이 캠프에는 베트남과 태국 필리핀 러시아 중국 등 8개국 출신의 부인과 남편 146명을 비롯해 그 자녀인 유치원 원아와 초등학생 209명이 참여했다. 울릉도에서 한 가족이 온 것을 포함해 도내 23개 시군 전체에서 골고루 참여했다.

다문화가족들은 교육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을 비롯해 국궁과 탁본, 장기자랑, 한국문화 답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들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시선이 이전에 비해 많이 따뜻해졌지만 여전히 ‘한국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필리핀 출신의 부인과 처제, 자녀 3명과 함께 온 윤복현(36·경북 군위군) 씨는 “필리핀에서 직장생활을 8년 하는 동안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한국에서 가정을 꾸려 살아 보니 결혼 이주 여성들을 일방적으로 한국 문화에 적응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에겐 추억 만들기

경북도교육청 초등교육과 이명수 장학사는 “방학인데도 부모와 함께 여행하기 어려운 다문화가정을 위해 짧지만 유쾌한 자리를 마련한 것”이라며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학교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이런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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