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주장 꼴보기 싫다” 과격 부추겨

  • 입력 2008년 6월 26일 21시 14분


정부의 고시 강행 방침을 밝힌 25일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토론방 '아고라'에서는 "이제는 촛불시위의 비폭력 고수 방침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세를 얻기 시작했다.

이날 오후 아고라에 올라온 '비폭력 구호 외치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20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는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일부 누리꾼들은 "폭력은 절대 안 된다", "비폭력은 상징이자 이념이다"며 반대의견을 제시했으나 "(폭력시위를 하면) 효과는 있을 것", "더 이상 어떻게 비폭력을 하느냐"는 찬성 의견에 밀렸다.

이 같은 흐름은 25일 밤 시위가 격렬해지면서 더욱 강경한 쪽으로 흘렀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장관 고시를 실시하고 경찰이 25일 만에 다시 물대포를 사용하면서 "이제 비폭력을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한 누리꾼은 '비폭력, 비폭력, 간디 팬클럽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전의경을 안 때리고 돌려보내준다고 물대포가 또 나온 것이냐"며 "촛불 수가 줄어든 이유는 끝까지 비폭력만 외쳐대며 맞고 다니는 당신들 꼴 보기가 싫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아직 싸움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설픈 비폭력 논리로 물을 흐릴 것이 아니라 결정적인 순간에 공권력을 완전히 무력화시켜야 한다"고 했다.

'무력시위를 할 때가 왔다'는 제목의 글에도 50여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몇몇 누리꾼들은 "폭력시위는 시민들의 등을 돌리게 만든다"며 만류했으나 "이미 죽어가는 상태에서 비폭력이 무슨 소용이냐", "이제는 무력항쟁이 맞다. 일어서야 한다"는 댓글 공세에 묻혔다.

또 '국민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일삼는 공안폭력에 맞서 헌법에 명시된 자기 보호권에 근거한 정당방위 행위는 불법이 아니다'는 글에는 "비폭력은 이제 끝이다", "50일 동안 비폭력으로 얻은 게 무엇이냐" 등 찬성 댓글이 달리며 2000여 개가 넘는 추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에 반대해 "비폭력 집회를 고수해야 한다"는 의견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어울림'이라는 ID를 쓰는 한 누리꾼은 "여태껏 우리가 범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비폭력이었기 때문"이라며 "폭력시위는 자폭이다. 다들 흥분하지 말고 이성적으로 생각하자"며 폭력집회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비폭력을 외치는 사람은 대치현장에 나오지 말라구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무슨 권리로 아고라에서 비폭력을 주장하시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입니까"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한편 폭력, 비폭력 논쟁이 불거지면서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댓글에 대해서 '알바'로 몰아가는 논쟁이 계속되기도 했다.

"이젠 비폭력을 외치는 인간들은 알바 취급하겠다"는 글에 "촛불시위의 순수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폭력을 주장하는) 이들과 맞서야 한다"는 댓글이 곧바로 달리는 등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한상준기자 alwaysj@donga.com

신광영기자 ne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