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노린 대학생, 친구와 공모 어머니 흉기 살해

  • 입력 2008년 6월 26일 02시 58분


코멘트
유년기를 보육원에서 보낸 20대 대학생 아들이 자신을 위해 거액의 보험에 든 친어머니를 친구와 함께 잔인하게 살해했다.

경기 안양경찰서는 25일 강모(42·여) 씨를 살해한 혐의로 강 씨의 아들 김모(21) 씨와 친구 조모(22)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 등은 7일 오전 4시 45분경 안양시 동안구 관양동의 강 씨 집에 침입해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귀가하던 강 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다.

경찰은 강 씨가 39차례 찔렸다고 밝혔다. 방에 숨어 있던 조 씨가 흉기로 찔렀고 김 씨는 어머니가 달아나지 못하도록 현관문 밖에서 문을 밀었다고 한다.

김 씨는 부모의 이혼으로 6세 때부터 보육시설에서 자랐으나 2004년 6월 강 씨와 연락이 닿으면서 지난해 11월까지 함께 생활하다 이후에는 원룸을 얻어 따로 살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숨진 강 씨는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른 아들에게 “내 잘못으로 네가 이렇게 된 듯해 미안하다. 이제는 너를 위해 보험도 열심히 붓고 있으니 착실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강 씨는 13개 보험회사의 보험 상품에 가입해 매달 180여만 원을 불입해 왔다. 사망 시 보험금은 법정 상속인인 김 씨와 김 씨의 여동생에게 지급하도록 정해 둔 상태였다.

김 씨는 이 사실을 알고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보육원 친구인 조 씨를 끌어들여 범행을 저질렀다. 범행 당시 단순 강도로 위장하기 위해 집안을 뒤지고 어머니의 신용카드와 현금을 훔쳐갔다.

이들은 강 씨 살해 이전인 4월 25일 관양동 모 카페에 손님으로 위장해 들어간 뒤 둔기로 업주를 내리치고 현금과 신용카드를 빼앗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씨는 사고 이후 자신이 살해한 어머니의 장례를 태연하게 치렀다. 24일 검거됐을 당시엔 집 근처 PC방에서 게임을 즐겼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김 씨는 범행 후 장례를 치르고 검거되기 전까지 태연하게 생활했으나 조사를 받을 때 뒤늦게 범행을 후회했다”고 전했다.

안양=남경현 기자 bibul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